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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7 WBC, 권위있는 대회가 되기 위한 과제 2

WBC는 전세계에 야구를 보급하고 축구 못지 않는 국제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시작한 첫 프로 국가대항전이다.

이제 두 번째 열린 대회에 명성 운운하는 것이 조금은 이르지만 지금과 같은 대회운영으로는 절대 권위있고 명성 높은 대회로 자리 잡지 못할 것 같다.

비단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이 자기 팀 소속의 몸값 비싼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룰을 정하고 모든 참가국들에 공정하게 적용하여 선의의 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WBC가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일 것이다.

1라운드에서 일본을 두번이나 이겼지만 또다시 4강에서 같은 지역에서 올라온 일본과 붙어 허무하게 패하고 4강에 만족해야 했던 2006년 1회 대회때의 어이없는 대진표를 기억하는 야구팬이 많을 것이다.

1회 대회는 운영상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이해하자. 이번 2회 대회는 1라운드에서 듀얼 토너먼트 또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고 불리는 방식을 도입하고.. 4강에서는 최종 1,2라운드를 통과한 4팀이 크로스 매치로 토너먼트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자세한 경기일정 및 대진표 보기]

1회 대회때 우리나라가 당했던 어이없는 상황은 다소 해소되었다고는 하지만, 1라운드 경기 일정을 보니, 개최국 일본에 유리한 경기일정이 배정되어 있다.

WBC는 몸값 높은 프로선수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투수들의 투구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투구수에 따라 다음날 경기에 출장할수 있느냐 마느냐도 결정된다.

중국과의 첫경기를 치른 일본은 하루를 쉰 뒤, 대만을 이긴 우리나라와 두번째 경기를 펼치게 되는데, 대만과의 경기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 경기를 해야하는 우리나라보다는 투수운용면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대회 개최국의 어드벤티지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것이 아닌 선수단 운영을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경기 내적인 문제이므로 통념상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어드벤티지를 뛰어 넘고도 남는다.

일본-중국전, 한국-대만전이 같은 날 치뤄지고.. 똑같이 하루의 휴식을 취한 뒤, 양 경기의 승자와 패자가 각각 경기를 치르는 것이 어느 한팀이 부당한 혜택을 받지 않는 공정한 룰 아닐까???

일본이 유야무야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에는 WBC사무국에 제공한 1,000만달러 상당의 중계권료와 각종 스폰서 유치, WBC 사무국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 등이 일본에 유리한 일정으로 보상받은 까닭이다.

역사가 깊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어느 국제대회를 찾아봐도.. 중계권료 액수가 높다는 이유로.. 또는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일정상 혜택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동거리가 짧다던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라던가 하는 어드벤티지는 공감할 수 있을지라도 투수의 투구수에 따라 등판일정까지 제한받는 까다로운 규정 아래에서, WBC가 경기 일정에 대한 혜택을 일본팀에 주었다는 것은 WBC 스스로 대회의 권위나 근본 취지을 망각하고 상업성에 찌든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WBC가 앞으로도 이런 불공정하고 편중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훗날 WBC에 대한 평가는 로비 잘하고 돈 잘쓰는 몇몇 나라만 즐기는 그들만의 행사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WBC가 처음 의도한대로 세계적인 야구선수들의 대결의 장, 진정한 프로 국가대항전으로써 권위를 높이고 인정받으려면 경기 운영상 혜택을 받거나 소외되는 국가가 없이 모두가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09 WBC 공식 프로그램 표지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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