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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7 천국이요? 당신들이나 손잡고 가세요~

한동안 인터넷과 TV에 지겨울 정도로 흘러나오던 아프간 피랍사태... 지금은 조금 수그러든 것 같죠? 연일 쏟아져 나오던 뉴스와 네티즌들의 공방전도 전보다는 줄어 들었고 선교인지 봉사인지도 애매모호하게 마무리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오늘은 얼마전에 선교 당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특별히 교회나 성당, 절을 다녔던 적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 속에 담아놓은 종교도 없습니다. 부모님과 와이프도 종교가 없구요.

지난 주에 평일에 휴가를 내게 되었는데..  선선한 가을바람이 시원해서 이제 갓 돌을 지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아파트 옆 산책로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한 5분쯤 걷다가 근처 벤치에 앉아서 모처럼만에 맞이한 한가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었는데 3명의 아줌마 무리가 제 앞을 지나가는 것 같더니..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들이 귀엽다며 멈춰서 웅성웅성거리더군요.

몇개월이냐는 둥 돌은 지냤냐는 둥 일상적인 것들을 물어보더니, 교회다니냐고 묻더니 잠시 옆에 앉아도 되냐고 하더군요. 그때 직감했습니다. 교회다니는 아줌마들이구나!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정중히 거절했는데도 천국에 대해서 좋은 말씀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아니 됐다고, 그냥 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자리를 뜨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일어나서 집쪽으로 발길을 향했는데도 계속 따라오더군요. 그러면서 오늘 당장 죽는다면 천국갈것 같냐 지옥갈것 같냐... 이 세상은 누가 창조 했냐... 교회 한번 나오시라는 등 집요하게 물어보더군요. 한 100여미터를 그렇게 따라오면서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천국과 예수에 대해 쉴새없이 짖어댔고.. 제가 듣기 싫으니 그냥 가시라고 언짢은 표정을 지으니 그제서야 가던 길로 돌아가더군요.

집에 와서 와이프에게 얘기하니.. 와이프도 몇 번 붙잡혀서 곤혹을 치뤘다고 하더군요.

한가로운 오전에 아들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을 하며 상쾌해진 기분이 한순간에 확 주저앉은 느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단호하게 싫다고 했어야 했는데 후회도 되구요. 다음부터 그런 무리들을 만나면 그렇게 좋은 천국 당신들끼리 손잡고 잘 가시라고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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