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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5 잠실야구장의 이상한 잔디 배치 15

잠실야구장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는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38억원을 들여 잠실야구장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많은 야구인과 선수들이 요구했던 원정팀 라커룸이 설치되었고, 관중 의자와 테이블석의 상판도 교체되었다. 내야 그물망도 기존 녹색에서 검은색으로 교체하여 관중들의 시야 확보도 용이하게 하였고 내야의 흙도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교체하였다고 한다.

 

많은 것들이 관중의 관람 편의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개선되었는데, 단 하나 그렇지 못한게 있다. 바로, 포수 뒷 공간(Back-stop, 백스탑)과 내야석 팬스라인을 따라 설치된 인조잔디다.

 

2013시즌 시작 직전 공사한 잠실야구장의 잔디, 포수 뒷쪽과 내야석 팬스라인을 따라 잔디색, 흙색의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빨간색 화살표)

 

중앙 지정석(프리미엄석)에서 본 모습

 

3루 지정석에서 본 모습

 

누가 인조잔디라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나 인조잔디다!"라고 스스로 광고라도 하듯, 천연잔디와는 확연히 다른 형광색을 띄고 있다. 이게 천연잔디 구장인지, 인조잔디 구장인지.. 아니면 천연잔디와 인조잔디가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구장인지 분간이 안가는 기이한 형상이다. 

 

지난 주 NC와 LG의 야간경기를 직접 관람해보니 야간인데도 불구하고 조명빛이 인조잔디에 의해 반사되어 눈부심 현상이 느껴졌다. (위 사진만 봐도 인조잔디 색상이 천연잔디색상과 확연히 달라 눈에 거슬려 보인다.)

 

2012시즌 잠실야구장의 말끔한 모습의 천연잔디 그라운드

 

이렇듯 보기에도 어색하고 관람 시야에도 좋지 않은 인조잔디는 왜 설치된 것일까?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바로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홈플레이트 뒤에서 관중석까지 20여미터 정도 되는 백스탑(back-stop)은 경기 중에 파울플라이나 폭투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곤 수비행위가 많이 발생되지 않는 지역이다. 하지만 경기 전 선수들의 프리베팅이나 토스배팅을 이 지역에서 하기 때문에 잔디 훼손은 그 어느 곳보다 심한 지역이다. 경기 중에는 다음 타자가 대기하기도 하고 볼걸과 심판, 기자, 야구 관계자들이 수시로 오가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다른 곳보다 잔디 관리가 쉽지 않다. 경기 전에는 대형 천으로 덮어 놔야 하고, 선수, 심판, 기자들이 빈번하게 오가기 때문에 새로 잔디를 심고 가꾸는 일에도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잔디 관리까다롭다보니 아에 인조잔디로 덮어버린 것이다. 하는 김에 포수 뒤쪽 뿐 아니라, 내야석 팬스 앞쪽까지 모두 인조잔디로 덮어버렸다. 팬스 하단은 잔디 깎기가 불편하고 그늘 진 곳이 많아 이 역시 잔디 관리가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조잔디로 덮어버림으로써 관리는 편해졌을지 몰라도 선수들의 경기력과 관중들의 관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백스탑이 경기 중 수비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아니지만, 엄연히 야구룰이 유효하게 적용되는 수비 지역이다.

 

파울플라이를 잡거나 폭투된 공을 잡으러 갈때 등 긴박한 상황에서 슬라이딩도 필요한 곳이다. 내야 팬스도 마찬가지다. 팬스플레이를 하는 야수들이 전력질주하여 공을 캐치해 내는 곳이 팬스 앞인데 그 곳을 흙이나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로 둘러 놓은 것은 선수들의 수비 행위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고 오히려 부상의 위험만 높일 뿐이다.

 

사회인야구를 해보신 분들 중에 쇠징스파이크를 신고 인조잔디에 서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인조잔디 위에서 쇠징 스파이크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실 것이다. 흙이나 천연잔디와 같은 자연스런 미끄러짐과 쿠션이 없기 때문에 쇠징이 인조잔디에 걸려 발목이 꺾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의 인조잔디는 이런 사소한 경우까지 세심하게 고려되지 못하고, 단지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설치 되었다. 그것도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로 말이다.

 

그런데, 백스탑에 인조잔디를 설치한 야구장이 잠실이 처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가장 관중친화적이라는 문학야구장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런 시도를 하였다.

 

2011시즌까지 사용된 문학야구장의 내야 잔디 모습

 

2012시즌부터 인조잔디로 바뀐 문학야구장의 백스탑. 내야석 팬스 하단도 흙색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빨간색 화살표)

 

문학야구장의 백스탑 역시 "관리 편의"를 위해 선수들의 플레이나 관람 시야 방해는 고려되지 않고, 기이한 형태를 가진 인조잔디로 둘러싸여 있다.

 

잠실야구장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는 문학야구장에서 시도한 잘못된 방법을 벤치마킹(이런 것도 벤치마킹이라고 해야할지..)이라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지금은 잠실과 문학 두군데만 저런 듣도 보고 못한 이상한 형태의 인조잔디가 설치되어 있지만, 부산 사직이나 광주 무등야구장, 대전 한밭구장도 언제 저렇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자체는 누구를 위해 야구장을 관리하는가? 야구장은 관리주체(지자체들)의 편의와 비용절감을 위해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직접 플레이 하는 선수와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을 위해 관리되어야 한다. 야구붐을 이유로 구장 임대료는 매년 몇 배씩 올려받고 있으면서 그에 합당한 관리와 지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신축 중인 광주 야구장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잠실이나 문학의 인조잔디 배치는 참고하지 않았으면 싶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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