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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이호성, 씁쓸하다. 13

지난 주말 일가족 4명이 20여일째 행방불명이라는 사건보도와 함께 CCTV 장면이 소개되었는데 그 내용이 좀 충격적이었다.

일가족이 살던 아파트 현관의 CCTV인데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손수레에 대형가방을 차례로 끌고 나오는 장면이다. 보도내용에서는 일가족의 집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 연락도 없이 종적을 감춘 점 등을 내세워 납치나 살해됐을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대형 가방을 끌고 나가는 장면을 접한 네티즌들에게 썸뜩한 상상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내용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유명 야구선수 출신 이모씨라는 것이었는데 오늘 오전에 공개수사가 결정되어 이모씨의 실명이 거론된 마당에 실명을 감출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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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왕조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하나인 이호성은 아마때부터 거포로 이름을 날리고.. 1990년 해태타이거즈에 입단하여 외야 골든글러브 2회수상, 해태타이거즈 주장, 선수협 회장 등을 지낸 해태의 간판타자 중 하나다.

힘이 장사라고 알고 있는데.. 대못을 맨손으로 박는다는 일화는 이미 많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예전에 TV중계로 해태타이거즈의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우익수를 보던 이호성이 홈송구한 공이 노바운드로 포수 뒤 백넷을 맞추는 것을 보고 정말 힘이 대단한가 보다 느꼈었다. (대략 거리가 80~90미터쯤...)

지금은 기아타이거즈로 이름이 바뀌어 예전의 빨간유니폼을 입은 무적 해태타이거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지만, 해태타이거즈의 팬이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건 해태타이거즈의 전성기에 나의 모든 것을 함께 불살랐다는 자부심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해태타이거즈를 추억하는 많은 팬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해태의 화려했던 시절에 나의 유년기를 보내며 그들의 플레이와 승리에 열광했던 내가 가진 해태타이거즈의 추억과 로망은 내 야구관 그 자체인데 그 중심에 있는 선수 중 한명이 불미스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란 사실이 참으로 믿기 힘들고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 지어질지 모르겠지만 야구를 사랑하고 해태타이거즈를 추억하는 한 팬으로서 용의자, 범죄자 이호성이 아닌 '야구선수' 이호성으로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실종된 일가족 모두 무사하기를..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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