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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기사를 보니 충암고 야구부에 재학중인 이학주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에 입단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관련기사 1 : 충암고 유격수 이학주, 컵스 계약]

[관련기사 2 :
미국 진출 유격수 1호 이학주 “제2의 이치로 되겠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한국 선수들이 많기는 했지만 포지션이 유격수임에도 빅리그에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주목할만합니다. 우투좌타라 수비와 타격에서 유리한 부분도 많을 것 같구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결국 야구선수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획를 얻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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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컵스에 입단하게 된 이학주선수

야구불모지, 광명시가 배출한 메이저리거 이학주!!

이학주선수는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하안북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야구를 처음 시작한 선수입니다.

제가 뛰던 사회인야구팀이 하안북초등학교 운동장을 함께 사용하였기 때문에 같이 연습도 하면서 이학주선수의 초등학생 시절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또래에 비해 키가 커서.. 선배인 양성우(충암고 졸-동국대 야구부 재학중)선수와 함께 공수에서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던 선수였습니다.

광명시는 야구와 많은 인연이 있는 도시는 아닙니다. 하안북초등학교는 광명시에 딱 하나 있던 학교 야구부였는데.. 당시(2001~2002년)만해도 야구부가 생긴지 불과 4~5년 밖에 안되었었죠.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시작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됐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사회인야구 붐이 막 불기 시작하던 지난 2000년 제가 뛰던 사회인야구팀이 주축이 되어 광명시에 야구협회를 만들었고.. 근처의 사회인야구팀들을 모아 광명리그를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광명시에 딱 하나 있던 하안북초등학교 야구부에 대한 지원도 그나마 조금씩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야구역사는 짧지만 인재는 많은 도시, 광명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광명시는 야구역사나 인프라는 전무한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시에 딱 하나 있는 하안북초등학교 야구부를 졸업한 졸업생은 기껏해야 50여명 정도라 동문이라고 할 것도 없고.. 학교나 시의 지원이 많았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학주선수를 비롯해 이학주선수의 1년 선배인 양성수선수 역시 충암고의 중심 멤버로 활약했으며.. 동국대에 진학한 올해 1학년임에도 주전으로 경기에 나가고 있습니다. LG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성남고 졸, 고교선수 사상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기록) 선수 역시 광명에서 리틀야구로 처음 야구를 시작한 선수입니다.

광명시에 연고를 둔 사회인야구팀들의 열정과 실력도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서울, 경기도권에서 개최하는 전국 규모의 사회인야구대회에 나가 우승, 준우승도 많이 하여.. 명문 클럽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우승트로피를 들고 시 전체를 돌며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퍼레이드 차는 1톤 트럭...)

야구불모지 광명에서 활동하는 사회인야구팀이 전국대회나가서 우승하고 시의 명성도 떨치고 있으니.. 학생야구, 사회인야구에 관심 좀 가져달라는 일종의 몸부림이었죠.

당시만해도 하안북초등학교를 졸업한 야구선수들이 광명시 내에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가 없어 서울의 양천중, 강남중 등으로 진학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학교 야구부 창단에 대해서 시에 많은 요청을 하였으나 모두 무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학주선수가 졸업한 하안북초등학교 야구부는 이미 해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근근히 유지해오던 하안북초등학교 야구부는 2005년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다른 유소년야구팀들과 마찬가지로 선수수급이 안되어 1년간은 정식 경기도 할 수 없는 8명으로 운영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창단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해체된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전인 2007년 11월 광명리틀야구팀이 창단되었습니다. 前 부천 신도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님이셨던 김문수 감독님과 해체된 하안북초등학교 조재호 코치님의 노력으로 어렵게 창단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학교에 소속된 야구부가 아니었기에 때문에 야구할 수 있는 운동장이 없었지만.. 다행히 하안초등학교 교장님의 도움으로 학교에 소속된 야구부가 아닌 리틀야구부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야구선수들을 위해 운동장을 기꺼이 내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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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창단된 광명리틀야구팀의 어린 야구꿈나무들.. 하지만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광명시에는 야구할 수 있는 운동장이 없어 또다시 해체 위기에 놓여있다.


작년 프로야구 붐 때문이었는지.. 어렵게 광명리틀야구팀이 창단되고 나서는 야구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어린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창단 5개월만에 35~40명 정도 되는 선수단을 꾸리게 되어 야구불모지 광명에 다시 한번 학생야구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하는 듯 하였습니다.

감독님이 사비를 털어 하안초등학교 운동장 전체에 25톤 트럭 50대 분량의 마사토도 깔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인야구팀 어른들의 도움으로 백넷도 세우고 마운드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어린 선수들이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광명리틀야구팀, 그러나 운동장이 없어 또다시 해체위기..

그런데 올초 새학기가 시작되고 하안초등학교 교장님이 바뀌면서 운동장 사용을 금지시켜 어린 선수들은 운동할 공간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조기축구팀들의 이기심에 힘들게 만들어 놓은 마운드와 그라운드는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주고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함은 우리 어른들이 마땅히 해야할 일인데 무관심과 이기주의로 야구 꿈나무들의 꿈이 짖밟히고 있습니다. 광명시 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하였지만 아무 관심도 없는지 답변 조차 없습니다.




광명시,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도시 맞나?

얼마 전 하안북초등학교 앞에 이학주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하는 플랭카드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학교나 시에서 걸어 준 플랭카드가 아니라.. 이학주 선수의 초등학교시절 코치였던 분이 자비로 제작해 걸어 놓은 거라고 합니다.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에서 자라고 야구를 시작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됐다면 그가 졸업한 학교나 자라난 시에는 자랑스럽고 경사스런 일임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떠들썩한 잔치나 호들갑스런 축하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만, 나서서 플랭카드 하나 걸어주지 않는 시와 학교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있는 리틀야구팀도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마당에 그런 것을 바라는게 사치일까요. 아마 이학주선수가 훗날 유명한 메이저리거가 된다고 해도 많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힘들게 운동하고 있는 광명리틀야구팀에게 관심을..

최근 프로야구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로 이어지는 인적 인프라의 구조는 피라미드형이 아닌 다이아몬드형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학업과 차단된 학원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와 학부형들의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야구의 근간인 유소년야구팀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수년내에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과 흥행의 위협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비단 우수한 야구선수를 길러내고 인적인프라를 넓히기 위함이 아닐지라도 어린 야구꿈나무들이 그 꿈을 키워 나갈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주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큰 지원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주중에 두번 토요일, 일요일만이라도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공간만이라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야구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건강한 심신을 만들어주고..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면 향후 시를 빛내고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선수로 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광명리틀야구팀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보시는 야구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광명시민, 광명시 관계자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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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야구의 꿈을 키우고 있는 광명리틀야구팀 선수들... 하지만 지금은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팀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음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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