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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7 부상선수를 업고 나오는 우스운 현실 4

기아타이거즈의 시즌 시작이 작년이나 올해나 순탄하지 못하네요.

개막 2연전에서 두산에게 내리 연패를 당하고 맞은 홈 첫 경기에서도 작년 우승팀 SK에게 4-3으로 역전패하면서.. 8개 구단 가운데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타이거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야구하는 선수 중 하나인 이용규선수마저 수비 도중 팬스에 부딪혀 왼발목 복사뼈 골절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리그 정상급 1번 타자에 주전 중견수인 이용규의 장기간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2008년 호랑이들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은 호재는 없고 악재만 계속되는 암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또한, 이용규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의 상황은 우리 프로야구의 응급대처 현실이 얼마나 초라하고 우스운지 보여준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부상당해 쓰러져 있는 선수에게 달려 나간 것은 구단 트레이너로 보이는 한 사람 뿐이었으며.. 발목쪽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임에도 그 흔한 들것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통증때문에 걸을 수 없는 이용규선수를 트레이너가 업고 나오는 상황에서는 웃음도 안나오더군요.

발목 부상 선수를 옮길 들것 하나가 없어서 업고 나오는건가??



최희섭선수가 시카고 컵스 시절 내야 플라이 수비 도중 머리를 지면에 강하게 부딪혀 잠시 정신을 잃었던 상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때 운동장으로 직접 구급차가 들어와 현장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까지 후송하는 모습은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죠.

시카고 컵스 시절 머리 부상으로 쓰려진 최희섭을 관찰하는 의료진과 운동장까지 들어와 부산선수를 옮기는 구급차



이번 WBC에서도 빈볼성 직구에 헬멧을 강타 당한 이용규 선수 역시 경기장 내 위치한 응급실에서 X레이 촬영과 CT 등 각종 의료장비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진단을 받을 수 있었죠.

이 정도까지 바라지는 못해도 보행이 불편한 선수를 위한 들것 마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야구가 맞는지 의심들게 합니다.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등으로 야구인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았고.. 팬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개막 2연전에서 역대 최고의 관중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KBO와 구단들이 보답한 것은 무엇입니까? 팬서비스 선물이나 더 많이 뿌리고, 유명 연예인 시구 섭외하는 것이...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들것을 준비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는 현실이 바로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했다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입니다.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장비.. 비상 상황에서의 응급처치 메뉴얼과 그에 대비한 연락체계, 상황 시뮬레이션 등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500만 관중, 600만 관중 돌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2000년 경기 도중 호흡곤란으로 쓰려졌던 임수혁선수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한 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습니다. 그때도 이런 열악한 응급처치 환경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근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뀐게 하나도 없다는 것은 우리 프로야구의 행정과 구단들의 마인드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근시안적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입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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