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한국시리즈가 SK의 2년 연속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회사일이 바빠 한경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질 못하고 중간중간 끊어서 봤네요.

하지만 시리즈 전적과 스코어, 각종 기록 등으로만 봐도 두산이 정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패한 것 같아 두산선수들이나 팬들은 매우 아쉬울 것 같네요. 게다가 원정에서 1승 1패 후 홈에서 3패라니... 뒤끝이 가히 게운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매 경기마다 팽팽한 점수 스코어를 기록하긴 했지만, 시리즈 내내 답답하리만큼 침묵을 지킨 두산 중심타선의 슬럼프가 시리즈를 허무하게 끝나버리게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4차전이나 5차전을 승리하여 시리즈를 6차전 이상으로 끌고 갔다면 두산의 기적같은 역전 우승도 바라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이번 2008 한국시리즈에서는 잘한 선수보다 부진한 선수가 더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아마때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해 이제 20살의 나이로 올시즌 타격 3관왕을 거머진 김현수선수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즌 내내 불방망이를 뽐냈고.. MVP후보로 거론되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한단계 성숙했을 것이라 믿었던 김현수의 슬럼프가 하필이면 한국시리즈 기간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병살타, 그리고 오늘 벌어진 5차전.. 운명의 장난처럼 또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죠.
 
그의 이번 시리즈 타율은 0.500가 아닌 0.050...

9회말 1아웃, 주자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선수 위로 이승엽선수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지겹게 그를 괴롭히던 슬럼프를 일본전 투런포로 날려버리고 결승전에서도 선제 솔로홈런을 쳤던 이승엽.. 일본전에서 홈런을 친 뒤에는 그동안의 맘고생한 설움이 복받쳐 인터뷰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죠.

일본전 홈런이 있기전 이승엽선수가 "어떻게 하면 안타를 칠 수 있냐"고 물어봤다는 선수가 바로 김현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김현수선수가 베이징의 이승엽선수와 같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것이죠.

베이징의 이승엽처럼 김현수선수도 극적인 안타로 그간의 부진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매우 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의 이승엽과 같은 환희와 영광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관(弱冠)의 나이에 타격 3관왕에 오른 김현수는 상대팀 선수들의 우승 환호성을 들으며 펑펑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토록 바라더 우승이 자신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멀리 날아갔다는 생각이 한동안은 머리속을 떠나질 않을 겁니다. 그러나 쓰디쓴 패배의 아픔이 달콤한 승리의 기쁨보다 더 김현수선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현수 화이팅!!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prek
: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이번 올림픽은 선수단 구성부터 결승전까지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히트칠 수 있을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

9경기를 기억해보면 정말 많은 선수와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네요. 홈런 3개의 토종 거포 이대호, 캐나다전 결승홈런의 주인공 정근우,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에 올라와 병살타를 유도한 특급마무리 정대현 등등.. 99.9 속이 꽉찬 남자 한기주까지...

모든 선수단이 고생하고 활약하였지만..그 중에서도 유독 왼손 투수, 왼손 타자의 활약이 두드러진 대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유쾌한 병역브로커, 이승엽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과의 첫경기가 열리던 날 썼던 글에서 이승엽을 "유쾌한 병역브로커"라고 말했었는데..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금메달의 1등 공신은 역시 이승엽이었습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터진 홈런이 있기 전까지.. 지독한 부진속에 많은 맘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준결승이 끝난 이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일때는 그동안의 설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침몰시킨 역전 투런과.. 결승에서 쿠바의 기선을 제압하는 선취 투런 홈런 등.. 그의 활약이 비로소 결승행을 결정지었고.. 금메달을 결정지었습니다.






■ 세계적인 괴물이 된 류현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부진하여 국내용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역시 에이스다웠습니다. 캐나다전 완봉, 결승 쿠바전에서 역시 8, 1/3이닝동안 단 2실점의 완벽투!! 대회에 출전한 어느 투수라도.. 류현진보다 강한 투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의 괴물이 곧 세계의 괴물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 겁없는 20살의 新 일본킬러, 김광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킬러 구대성이 물러난 자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일본킬러 김광현!! 두번의 일본전에 등판에 정말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습니다. 구대성이 떠난 것은 일본에게 행운이겠지만.. 김광현의 등장은 새로운 악몽의 시작이 될 겁니다. 류현진과 더불어 최소 10년은 우리나라 야구를 이끌어 줄 좌완 원투펀치! 그가 있어 우리 야구가 더욱 밝아보입니다.






■ 날쌘돌이, 이용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구할 때 이용규는 꽤나 고집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표정은 잘못 말 걸었다간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처럼 단단히 굳어 있을때가 많습니다. 준결승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그를 보며.. 감성적이고 여린 이용규의 새로운 모습을 본 듯 했습니다. 27타수 13안타 타율 0.481에 8득점!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기록입니다.






■ 파워를 겸비한 교타자, 김현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5년 청소년대표이기도 했던 김현수는..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하였지만.. 이제 국가대표팀에서 붙박이 3번타자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동안 이병규, 장성호 등이 교타자의 명성을 얻어왔지만.. 김현수가 그 뒤를 이어도 충분해 보입니다.






■ WBC의 감동 그대로, 국민우익수 이진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대타로 나와 천금같은 동점타를 날린 국민 우익수 이진영! WBC때 보여줬던 환상적인 다이빙캐치의 감동을 이번에도 보여주었습니다. 후지카와로부터 뽑아 낸 그 타점이 없었다면 이승엽의 홈런도 장담할 순 없었겠죠. 끌려가던 경기를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려놓은 귀중한 타점이었습니다.


Posted by prek
:

야구명언 중에 요기 베라가 말했던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죠. 오늘 베이징 올림픽 예선 첫 경기로 벌어진 對 미국과의 경기는 정말 이말이 딱 들어 맞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WBC 일본전때 이승엽의 투런홈런과 이종범의 역전 2루타때 느꼈던 짜릿함을 오랜만에 느껴 본 것 같습니다.

종종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 더 극적인 시나리오의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놓고 역전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공격에서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던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 오늘도 '봉타나', 봉중근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미국전 선발 '봉타나' 봉중근

미국전 선발은 예상했던대로 봉중근선수였습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의 경험과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봉중근 외에는 미국을 상대로 선발을 고르기가 마땅치 않았죠.

1회초 1실점하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하였지만, 그 후 잘막으며 적시적소에서 터지는 삼진은 미국팀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초 3이닝만 막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4회 1사까지 잘 막고 내려와 불팬진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이어 등장한 미국킬러 정대현은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5타자 연속 삼진 등 특급 마무리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허구연해설위원이 해설도중 봉중근선수와 나눴던 얘기를 해주었는데.. 미국전에 자신있냐는 질문에.. 봉중근선수가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제가 메이저리거였을때, 쟤들은 마이너였어요!"

서재응선수와 함께 낙천적이고 열정적이고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자신감이 오늘의 호투를 가져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 '논산거부포', 이대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홈런임을 직감한 이대호 (출처:연합뉴스)

대표팀 최종명단이 확정될쯤부터 시작된 이대호의 부진은 대표팀의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올스타전을 앞두고 서서히 살아나더니 네덜란드,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제대로 감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6~7월에 겪은 슬럼프가 오히려 올림픽기간 중 타격상승세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당분간 이런 사이클이 계속된다면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대호는 비교적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군입대 대상자입니다.

그래서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매우 절실합니다. 메달을 따야 군면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위선양이 첫번째일 것입니다.

경쟁자였던 김태균이 탈락한 이유 중에 이대호가 군미필인 이유도 있었듯이.. 그에게 거는 코칭스텝의 기대나 팬들의 관심은 남다릅니다.

그런 기대에 호응이라도 하듯.. 자칫 미국에 끌려갈 수도 있었던 경기 분위기를 투런포 한방으로 뒤바꿔 놓았습니다.

그 투런포는 군면제를 절실하게 갈망하는 이대호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이대호 본인이나 팀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유쾌한 '병역브로커', 이승엽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루타 치는 이승엽 (출처:OSEN)

자신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는 중개인을 뜻하는 '브로커'가 워낙 질나쁜 사기사건 등에 등장하다보니 '브로커'라는 말을 쓰기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게다가 '병역브로커'라면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선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요..

하지만,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승엽만큼은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이끌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더불어 성적에 따른 병역 면제 혜택의 기회까지 가져다 주는 유쾌한 '브로커'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시즌 내내 2군에서 생활하며 맘고생도 많았고.. 소속팀에서의 개인 성적도 중요한 시기이지만,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여 중심타선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이미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로 병역면제를 받은 상황이지만(그전에 신검에서 이미 면제가 됐구요.) WBC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 국대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승엽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그가 타선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대 배터리의 고민은 천지차이입니다.

상대 배터리의 집중적인 견제는 곧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심타선의 짜임새는 상하위 타선의 고른 활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4번타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이승엽선수의 좋은 활약 기대해 봅니다.




■ 미국의 '스작가' 탄생?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미드' 작가 제프 스티븐스

이기는 경기는 잘 마무리 지으라고 내보낸 마무리투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어이없이 무너져 경기를 망쳐 놓았을때, 그 마무리 투수를 가리켜 '작가'라고 부르죠.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처럼 경기를 극적이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여 붙여지는 별명인데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롯데자이언츠의 임경완과 두산베어스의 정재훈이 각각 '임작가'와 '정작가'로 활약(?) 하고 있죠.

미국의 마무리투수로 올라온 스티븐스 역시 국내의 어느 작가 못지 않는 극적인 마운드 운용 능력을 보여주어 역시 '미드(미국 드라마)'의 작가는 뭐가 달라고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첫타자 대타 정근우에게 2루타를 맞고 이택근에게 내야안타로 동점을 허용하더니 1루 견제실책으로 이택근을 3루까지 보내 결국 희생타로 역전를 허용하고 말았죠.
 
만약 이런 경기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나왔다면 아마 그 투수는 온전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 대타작전의 성공

9회초 어이없게 역전당한 후 마지막 공격에 들어간 우리팀의 타선은 7,8,9번 하위타선이었습니다. 마지막 공격이니 당연히 대타기용이 예상됐구요.

첫 타자 대타 정근우의 2루타부터.. 다음 대타 김현수의 끈질기게 늘어진 끝에 얻어낸 진루타, 그리고 고영민 타석 중간에 들어선 대타 이택근의 동점타까지.. 3명의 대타가 각자의 역할을 200%씩 해내며 동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처음부터 경기에 투입된 것이 아닌 중간에 투입되게 되면 경기흐름을 익히기 쉽지 않은데 낯선 미국투수의 볼을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집중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전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투입되어 경기감각을 익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여전히 불안한 국대팀의 뒷문

'미드'의 스작가 못지 않게.. 우리 대표팀의 뒷문도 매우 불안했습니다. 우리는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두번 있었는데요. 2점차에서 마무리로 한기주가 올라왔을때와 윤석민이 2아웃 2,3루에서 4번타자를 2스트라익 0볼까지 끌고 갔을때 였습니다. 하지만 두번다 실패하여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죠.

한기주가 솔로홈런을 맞은 후 투수교체를 했으면 했는데 연속 2안타를 맞은 후 교체한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노아웃 주자 2,3루에 올라온 윤석민 선수는 특유의 제구력과 절묘한 변화구로 후속타자들을 삼진과 내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짓는가 싶었습니다.

2사 만루에서 4번타자를 2스트라익 0볼까지 잡았을때만 해도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나 했는데..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역전타를 허용하고 말았죠. 볼카운트가 여유 있었는데 조금더 어렵게 가져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승환선수가 쿠바전에서 안좋은 모습을 보인 후 오늘 경기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걸 보니 구위나 몸상태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기주선수 역시 쿠바전에서 홈런을 맞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매우 불안합니다.

미국전을 가까스로 이기긴 했지만, 앞으로 캐나다나 일본, 쿠바와의 경기가 막판으로 갈수록 뒷문이 중요해지는 경기인 만큼.. 뒷문을 보강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8-7 재역전 승리의 짜릿함!!


Posted by prek
: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니치 드래곤즈의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2스테이지 3차전 경기가 20일 도쿄돔에서 벌어졌는데.. 이승엽의 요미우리가 3차전마저 주니치에 패하면서.. 굴욕적인 0승 3패로 재팬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더군요..

4회말 이승엽 타석 때.. 주니치 투수 나카타가 의도적인 몸쪽 위협구를 던져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뒤엉키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신경전의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이승엽과 나카타투수가 아닌.. 이승엽과 우즈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선수가 국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하였지만.. 그동안 우즈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승엽 선수에 대해서 상당히 경계하거나 못마땅해하는 구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두 선수 모두 일본에 진출하기 전에 국내 프로야구에서 삼성과 두산 소속으로 홈런왕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는데.. 국내 프로야구 기록에서 두 선수의 홈런수만 놓고 보면.. 함께 대결한 5시즌 동안.. 이승엽이 1999년, 2001년, 2002년 3시즌에서 앞서서.. 표면적으로는 우즈에게 판정승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승엽선수와 타이론 우즈의 국내 프로야구 연도별 홈런수 비교>

연도
이승엽
우즈
1995
13
 
1996
9
 
1997
32
 
1998
38
42
1999
54
34
2000
36
39
2001
39
34
2002
47
25
2003
56
 


하지만, 외국인 용병으로서 한국 데뷔 첫해부터 42홈런을 쏟아 올리며..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을 쳤던 우즈 역시 홈런타자로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국내를 거쳐간 용병 타자 중 단연 최고성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프로야구에 용병이 도입되던 1998년 첫해부터 꾸준한 활약을 했다는 것은 우즈에게 가장 큰 자부심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선수인 이승엽이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게 사실이었고.. 2003년 56호 홈런을 쏟아 올렸을 때 그에 대한 인기는 절정에 달했죠... 일본 진출 후에도.. 최고 인기팀 요미우리 4번타자 이승엽과.. 주니치 용병 우즈에 대한 언론의 태도나 팬들의 관심은 분명 같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승엽의 첫번째 팀은 롯데 지바 마린스였습니다만..)

일본에서의 성적만 놓고 보면.. 우즈가 좀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승엽이나 우즈 모두 일본리그에서 뛰고 있는 똑같은 용병임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은 용병 이상의 의미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우즈에게는 자존심에 상처가 됐을 것 같습니다.

또, 우즈 자신이 한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지만 37세(1969년생)라는 적지 않은 나이때문에 미국 진출도 쉽지 않고 본인 스스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우즈 본인에게 견딜 수 없는 현실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되고...

이런 여러가지 정황들이 우즈로 하여금 이승엽에 대한 시기와 피해의식을 차곡차곡 쌓이게 한 배경이 아닌가 싶고 오늘 두 선수간 감정싸움을 유발시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승엽 역시 그동안 자신을 견제하는 우즈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는데.. 어제 두 선수간 충돌은 언제가 되었든 어떤 형태로든 한번은 벌어질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승엽선수에게 몸쪽 위협구가 던져진 상황에서 타석과 1루수비에 이승엽과 우즈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 있었다면.. 서로 왜 화내냐, 네가 뭔데 나서냐는 식의 감정싸움은 아마 쉽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설령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하더라도.. 이승엽과 우즈처럼 서로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식으로 덤벼들진 않았을 것 같군요.

오늘 두 선수의 모습은.. 마치.. 서로가 지금까지 그 순간만을 기다려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만큼 이승엽과 우즈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었던 스트레스와 적개심이 컸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어찌보면, 계속 가슴속에 뭍어두고 가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나마 한번씩 풀고(?) 가는 것도 프로선수로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승엽으로서는 일본시리즈 진출을 건 중요한 시리즈에서 팀도 완패를 당하고 본인도 우즈에게 완패를 당한 꼴이여서 본인도 침통하고 팬들도 슬픈.. 그런 하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잠시 살펴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하는데요.. 국내 네티즌들이야 몇몇의 영양사(이승엽 홈런의 영양가를 따지는 악플러들)들을 제외하면.. 우즈가 왜 나서냐, 우즈가 잘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구요.. 우리나라의 dcinside격인 일본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2CH을 번역한 글을 보니.. 일본 네티즌들 역시 우즈가 왜 화를 내냐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아래에 2CH에 올라온 글을 번역한 글을 퍼다가 올립니다.


이승엽 vs 우즈의 충돌에 대해 2CH 일본네티즌 반응 -- 개소문닷컴 [펌]

UFdM/6FS
우즈 아주 난리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YRb3s
춍도 홧병 ㅋㅋㅋㅋㅋㅋㅋ


8AxD1hX
근데 왜 우즈가 화를 내는데? ㅋㅋㅋㅋㅋㅋㅋ


h30aGVj
왜 우즈가 ㅋㅋㅋ


GcaVNJJ
우즈, 진짜 다혈질이다 (웃음)


H6dzzb
왜 네가 화를 내냐
이해가 안 가잖아 ㅋㅋ


dou3tk
우즈 퇴장시켜


riqZzhs
조센진 따위는 그냥 패버렸으면 좋았을 걸


h30aGVj
서로 영어와 조선어를 외쳐서 뭘 어쩌자는거야 ㅋㅋㅋㅋㅋㅋ


4llxrUe
우즈는 한국어를 좀 알아


2D925dr
우즈가 어케 한국어를 아냐? ㅋㅋㅋ


n24obA
일본에 오기 전에는 한국 리그에 있었어


4PaDA
우즈는 한국 리그에 있었어.


2D925dr
몰랐던 사실이네..

8AxD1hX
아마도 승엽이 나카타한테
<조심해, 짜식아> 정도의 말을 했겠지.
그 얘길 들은 우즈가 이성을 잃은걸테고..
뭘로 봐도 우즈가 이상하지.


WsSJGf
어떻게 봐도 우즈가 잘 못 한 거잖아?
왜 승엽을 씹는 놈들이 게시판에 있지?


3MCJl9N
춍요프를 감싸는 건 조센진 뿐 아니겠냐 ㅋㅋㅋㅋ


aC0WEaCz
그정도의 볼 하나에 일일히 반응한 승엽이 잘 못 한 거야.
동료를 감싼 우즈가 옳아.


6YKUA6
다음 번 타석때 우즈를 맞혀 버려.
짜증나는 놈이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
Posted by prek
:

오늘 야구잡담은 이승엽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난 주 금, 토 이틀간 4홈런을 몰아치는 크레이지모드를 선보인 이승엽이 드디어 4번타자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이승엽의 부활은 기뿌지만 요미우리의 홈 3연패는 가슴이 아프네요. (요미우리를 응원하진 않고 다만 이승엽의 소속팀으로서 말입니다.)

어제(9일) 경기에서는 상대방 선수가 이승엽선수의 발을 밟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는데요. 한신타이거즈의 7회초 공격에서 평범한 3루 땅볼을 친 용병타자 앤디 시츠가 1루 수비를 하던 이승엽선수의 발을 밟고 지나간 것입니다. 하라감독이 놀란 눈으로 뛰쳐나오고 양팀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모여 몸싸움 직전까지 간 상황인데요.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시츠가 발을 밟는 순간 캡쳐화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나마 발목을 밟히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날카로운 스파이크에 발목인대라도 찍혔다면 그야말로 선수생명이 끝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죠..



타구는 너무 평범한 3루 땅볼이었고 타자인 시츠 역시 타격 직후 아웃을 실감한 듯 땅을 쳐다보고 1루로 달립니다. 수비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1루에서는 여유있게 아웃이 되는 상황입니다. 동영상 밑에 올린 발을 밟는 순간의 캡쳐화면을 보면 밟는 발이 오른발입니다. 왼발로 밟았다고 한다면.. 이승엽선수와 가까운쪽 발이니 딛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 될만도 하지만 오른발으로 자신의 몸 왼쪽 부근을 딛었다는게 실수였다고 보기 어렵게 합니다. 또한 베이스를 밟는 순간 시츠의 시선이 베이스를 향해 있습니다. 뻔히 보고달리는데 모르고 밟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이승엽의 발은 베이스 위에 있는 것이 아닌 베이스와 지면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루수는 보통 이런 자세로 베이스 수비를 합니다.) 텅 비어있는 베이스는 놔두고 상대선수의 발을 밟는게 과연 실수인지.. 이승엽선수의 발이 없었다면 시츠는 베이스가 맨땅을 밟았겠군요 ㅎㅎ...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보는 여러가지 정황상 다분히 고의적인 테러로밖에 받아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신 코칭스텝의 지시였다면 가해자인 시츠 역시 피해자겠죠. 용병을 앞세워 상대팀 선수를 테러하는 일본야구의 쪼잔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늘 그렇듯 이승엽을 까는(?)쪽과 옹호하는 쪽이 극명하게 갈려 있더군요. 물론 까는 쪽은 대부분 키보드워리어로 불리우는 무개념 네티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엽선수의 홈런에 대한 영양가논란부터 이승엽선수의 기사에는 유독 안티댓글과 그렇지 않은 댓글이 분명하게 갈리는 편인데요. 미국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반응과는 참 대조적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뛰다 일본에 진출했기 때문에 국내 시절 상대팀 팬들의 이유없는 시기와 질투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국내리그 수준을 인정하지 않는 수준높은(?) 야구팬들의 실력폄하가 선수에 대한 인격폄하까지 이어진 이유도 있겠고요.

김병현의 깡다구를 배우라는 둥.. 당하고도 가만히 있냐는 둥.. 서승화와 한판 붙었던 싸움실력은 어디갔냐는 둥의 비아냥에서부터.. '어린이 팬들때문에 참았다'는 이승엽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그럼 어른팬은 무시하냐?', '일본 어린이팬들이 그렇게 중요하냐 매국도 다 됐구나'라는 어이없는 내용까지.. 인터넷 실명제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는 무개념 댓글들에 대해 일일히 대응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 더이상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아무튼 이승엽선수도 발을 밟힌 이후 적잖히 놀라고 격한 감정이었겠지만, 스스로 감정 분출을 자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습니다. 몸싸움을 벌였다면 더 큰 이슈의 주인공이 되거나 피해자면서도 똑같이 잘못한 놈이 됐었을 것이니까요. 거기에는 하라감독이 이승엽보다 더 역정을 내며 흥분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독이 나서서 항의하는데 선수가 더 난리칠 수는 없었겠지요. 이승엽선수의 '어린이팬들 때문에 참았다'는 인터뷰내용으로 보아 본인도 꽤나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 팬이 없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보복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승엽이 '어린이팬'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대단히 통쾌한 느낌입니다. 어린이팬이 보고 있으니 창피한 줄 알라고 단단히 무시한 것이니까요.)

일본에서 몇년 간 생활한 이승엽선수 역시 나서지 않고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일본야구에서 이승엽은 용병이자 이방인입니다. 프로는 기록과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싸움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 아니죠. 일본인들이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에 대한 이해도 있었을 거구요.

아무튼,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큰 싸움에 말리지 않은 이승엽선수 역시 잘 처신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의 비신사적인 테러를 또한번 당한다면 한번 쯤 매서운 맛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진정한 실력으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18일 주니치 경기에서 주니치의 에이스 가와카미로부터 머리로 향하는 빈볼성 투구를 당한 후 때려낸 통쾌한 대형 홈런 영상을 올려봅니다. (37초쯤 빈볼성 투구 그리고 1분 50초쯤 통쾌한 홈런 장면입니다.)

[Flash] http://eq.freechal.com/flvPlayer.swf?docId=26558645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
Posted by p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