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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5 '굴욕'으로 되돌아온 위장타순 4

다들 아시다시피 얼마전에 끝난 베이징 올림픽 야구 아시아 예선(대만) 한국과 일본경기에서 우리나라가 3:4로 일본에 패해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스코어로만 놓고 보면 팽팽했던 접전이었고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았던 아쉬웠던 승부였는데요. 대회가 끝난 후 경기 결과보다 더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 우리팀이 썼던 "위장타순"얘기더군요.

국제 야구연맹(IBAF)이 주관했던 이번 대회는 프로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아마추어 경기룰이 적용됐기 때문에.. 경기시작 10분전까지 오더를 수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팀 감독은 통상적인 수순에 의해 경기시작 1시간전에 양팀의 선발출장 명단을 교환했는데.. 전력상 우위에 있는 일본팀을 동요시키기 위해 우리팀은 위장타순을 제출하게 되었고.. 경기시작 10분전에 실제 선발출장하는 오더를 제출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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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만 따지자면 아무런 위반사항이 없는 내용입니다. 규정을 어기지 않고 그 허점을 이용한 전략을 구사했지만 암묵적으로 합의되어온 관행을 저버렸다는 것에서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 후 일본팀과 호시노감독은 한국팀의 위장타순에 대해  비신사적인 행위라며 맹비난했는데요. 이런 강경한 모습은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경기전 위장오더에 대해 주심에게 직접 확인까지 했던 호시노감독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한 오버액션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김경문감독이나 우리쪽 대처가 너무나도 어리석어보인다는 것입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아마추어 규정에 잘못된 것이 있다"라고 말하며.. "규정을 활용한 것이니 호시노감독의 이해를 바란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남겨 잘못된 규정을 이용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위장오더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 스스로도 불문율을 어긴 행위임을 시인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관련 인터뷰 기사보기]

그리고 오늘 보도된 기사를 보니 KBO가 호시노감독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자기들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과장되거나 날조된 내용을 마구 퍼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루트로 진행된 것인지 아닌지는 확인 불가능하고..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의심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경기를 이기기 위해 관행을 무시한 꼼수를 쓴 꼴이 되었고.. 거기에 격노한 호시노감독에게 굽신거린 꼴이 되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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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규정을 이용하려고 했으면... 제대로 된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었던 일본팀과 호시노감독의 무지함에 대해서 맞비난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도리어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우리가 스스로 빠져버린 꼴이 되버렸습니다.

아무리 이번 대회에서 일본 전력이 앞선다 하더라도.. WBC 이후에 쫓기는 입장은 우리보다는 일본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위장타순 전략까지 써가며 일본과 경기를 했어야 했는지.. 아무리 규정의 헛점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왜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생각은 안했는지 참 아쉽습니다.

수십년간 일본야구의 뒤를 쫓아온 2인자로서의 모습이 일본야구에 대한 열등감으로 우리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자기 최면이 우리 야구를 더욱 위축시키는 원인은 아닌디.. 그리하여 어리석고 성급한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양국의 야구수준차이를 감춰야 할 치부라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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