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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9 잠실야구장에선 이미 12년전에 삽겹살을 구워먹었뜸;;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작년 10월 갑작스럽게 팀장이 되면서 09년 사업계획서 작성이다 뭐다해서 연말이 훌쩍 지나갔고.. 새해 들어서는 실적평가와 KPI작성 등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어서 블로그에 글쓰는 것은 고사하고 RSS에 등록된 수많은 글들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형편이네요.

야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도 아니다보니.. RSS글이나 야구 관련 기사는 거의 주말에 몰아서 읽고 있는 실정이고요. 곧 WBC와 프로야구도 시작하니 슬슬 블로그 운영에 신경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야구기사를 읽다보니 올시즌 문학야구장에서는 삽겹살을 먹으며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재밌는 기사가 있더군요. [기사보기]

이 기사를 읽고보니.. 야구장에서 삽겹살을 먹어 본 일화가 떠오르더군요.

때는 1996년 한국시리즈, 해태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가 맞붙어서 해태가 4승 2패로 우승했던 해였는데.. 제가 그때 해태구단에서 야구장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입장하는 관중에게 깃발과 막대풍선도 나눠주고.. 관중석 곳곳에 응원 깃발도 뿌리고.. 경기시작되면 대형깃발 흔들고 가끔 호랑이 인형쓰고 관중석 돌아다니고 하는.. 그냥 잡일이었는데요.

6차전이 벌어진 잠실야구장 외야에서 대형깃발을 흔들고 있었을때의 일입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한 5회나 6회쯤 됐을까요. 잠실야구장 외야 전광판 밑에서 대형깃발을 흔들다가 이닝교대 시간에 잠시 앉아서 쉬는데.. 제 뒤쪽에서 아저씨들이 '어이~ 깃발!!'하고 부르시는 겁니다.

술취한 아저씨들이 술김에 소리지르나보다 해서 뒤돌아보지도 않았는데 계속 부르길래.. 뒤돌아보니.. 양쪽 손에 무언가를 들고는.. 언넝 뛰어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더군요.

무언가싶어서 올라가보니.. 상추쌈과 소주(글라스)였습니다.

아저씨 두 분이었는데.. 계단 한쪽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휴대용 버너와 불판, 각종 야채와 된장 등을 준비해와서 삽겹살을 구워드시고 계셨던 것이죠.

경기내내 대형깃발을 힙겹게 흔드는 모습이 측은해 보였는지..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동질감 때문이었는지.. 손수 상추쌈을 싸서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채워 주시더군요.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그래서 시원하게 받아 먹었는데요.

지금 만약 야구장에서 버너와 불판에 삽겹살을 구워먹었다간 주변 사람들의 눈치와 경호원들 때문에 삽겹살이 익기도 전에 쫓겨나고 말 것입니다.

야구 관람객들의 안전과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상 이런 일은 금지되어야 하겠지만.. 한국 시리즈 6차전이라는 흥분된 분위기와.. 시원한 가을 밤바람을 맞으며 3만 관중이 가득 들어찬 푸른 야구장을 내려다보며 먹었던 갓구운 삽겹살과 소주맛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관람객들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과 인상을 심어주려는 SK와이번스의 노력이 참 대단한 것 같구요. 올시즌엔 관객들의 관람 편의와 재미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작년보다 더욱더 많이 시도되었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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