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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0 발 밟힌 이승엽, 자존심까지 밟혔나? 6

오늘 야구잡담은 이승엽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난 주 금, 토 이틀간 4홈런을 몰아치는 크레이지모드를 선보인 이승엽이 드디어 4번타자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이승엽의 부활은 기뿌지만 요미우리의 홈 3연패는 가슴이 아프네요. (요미우리를 응원하진 않고 다만 이승엽의 소속팀으로서 말입니다.)

어제(9일) 경기에서는 상대방 선수가 이승엽선수의 발을 밟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는데요. 한신타이거즈의 7회초 공격에서 평범한 3루 땅볼을 친 용병타자 앤디 시츠가 1루 수비를 하던 이승엽선수의 발을 밟고 지나간 것입니다. 하라감독이 놀란 눈으로 뛰쳐나오고 양팀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모여 몸싸움 직전까지 간 상황인데요.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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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츠가 발을 밟는 순간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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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발목을 밟히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날카로운 스파이크에 발목인대라도 찍혔다면 그야말로 선수생명이 끝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죠..



타구는 너무 평범한 3루 땅볼이었고 타자인 시츠 역시 타격 직후 아웃을 실감한 듯 땅을 쳐다보고 1루로 달립니다. 수비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1루에서는 여유있게 아웃이 되는 상황입니다. 동영상 밑에 올린 발을 밟는 순간의 캡쳐화면을 보면 밟는 발이 오른발입니다. 왼발로 밟았다고 한다면.. 이승엽선수와 가까운쪽 발이니 딛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 될만도 하지만 오른발으로 자신의 몸 왼쪽 부근을 딛었다는게 실수였다고 보기 어렵게 합니다. 또한 베이스를 밟는 순간 시츠의 시선이 베이스를 향해 있습니다. 뻔히 보고달리는데 모르고 밟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이승엽의 발은 베이스 위에 있는 것이 아닌 베이스와 지면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루수는 보통 이런 자세로 베이스 수비를 합니다.) 텅 비어있는 베이스는 놔두고 상대선수의 발을 밟는게 과연 실수인지.. 이승엽선수의 발이 없었다면 시츠는 베이스가 맨땅을 밟았겠군요 ㅎㅎ...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보는 여러가지 정황상 다분히 고의적인 테러로밖에 받아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신 코칭스텝의 지시였다면 가해자인 시츠 역시 피해자겠죠. 용병을 앞세워 상대팀 선수를 테러하는 일본야구의 쪼잔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늘 그렇듯 이승엽을 까는(?)쪽과 옹호하는 쪽이 극명하게 갈려 있더군요. 물론 까는 쪽은 대부분 키보드워리어로 불리우는 무개념 네티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엽선수의 홈런에 대한 영양가논란부터 이승엽선수의 기사에는 유독 안티댓글과 그렇지 않은 댓글이 분명하게 갈리는 편인데요. 미국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반응과는 참 대조적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뛰다 일본에 진출했기 때문에 국내 시절 상대팀 팬들의 이유없는 시기와 질투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국내리그 수준을 인정하지 않는 수준높은(?) 야구팬들의 실력폄하가 선수에 대한 인격폄하까지 이어진 이유도 있겠고요.

김병현의 깡다구를 배우라는 둥.. 당하고도 가만히 있냐는 둥.. 서승화와 한판 붙었던 싸움실력은 어디갔냐는 둥의 비아냥에서부터.. '어린이 팬들때문에 참았다'는 이승엽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그럼 어른팬은 무시하냐?', '일본 어린이팬들이 그렇게 중요하냐 매국도 다 됐구나'라는 어이없는 내용까지.. 인터넷 실명제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는 무개념 댓글들에 대해 일일히 대응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라 더이상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아무튼 이승엽선수도 발을 밟힌 이후 적잖히 놀라고 격한 감정이었겠지만, 스스로 감정 분출을 자제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습니다. 몸싸움을 벌였다면 더 큰 이슈의 주인공이 되거나 피해자면서도 똑같이 잘못한 놈이 됐었을 것이니까요. 거기에는 하라감독이 이승엽보다 더 역정을 내며 흥분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독이 나서서 항의하는데 선수가 더 난리칠 수는 없었겠지요. 이승엽선수의 '어린이팬들 때문에 참았다'는 인터뷰내용으로 보아 본인도 꽤나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 팬이 없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보복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승엽이 '어린이팬'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대단히 통쾌한 느낌입니다. 어린이팬이 보고 있으니 창피한 줄 알라고 단단히 무시한 것이니까요.)

일본에서 몇년 간 생활한 이승엽선수 역시 나서지 않고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일본야구에서 이승엽은 용병이자 이방인입니다. 프로는 기록과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싸움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 아니죠. 일본인들이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에 대한 이해도 있었을 거구요.

아무튼,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큰 싸움에 말리지 않은 이승엽선수 역시 잘 처신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의 비신사적인 테러를 또한번 당한다면 한번 쯤 매서운 맛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진정한 실력으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18일 주니치 경기에서 주니치의 에이스 가와카미로부터 머리로 향하는 빈볼성 투구를 당한 후 때려낸 통쾌한 대형 홈런 영상을 올려봅니다. (37초쯤 빈볼성 투구 그리고 1분 50초쯤 통쾌한 홈런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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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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