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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30 스폰서 중단한 우리담배의 씁쓸한 뒷모습 1

시즌 초 프로야구가 7개 구단체제로 갈수도 있었던 위기 상황에서 우리담배의 스폰서쉽에 의한 프로야구 참여는 마른 가뭄 끝의 단비와 같았으며 어쩌면 국내에서도 효율적인 프로야구단 참여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그게 프로야구 전체를 위한 대의적 차원이었든 기업의 홍보 목적이었든 간에 3년 300억이라는 적지 않은 스폰서 금액이 말해주듯 우리담배의 출현 자체는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충격과 기쁨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단 운영을 맡고 있는 센테니얼이 가입금 납부를 빌미로 무리한 협상을 시도하며 KBO와 대립한 가운데 센테니얼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면서 히어로즈 구단의 스폰서인 우리담배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버리는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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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의 KBO 가입금 미납사태로 인해 빚어진 센테니얼과 우리담배의 갈등이 우리담배의 스폰서 권리 포기 선언에 이어 팀명에서도 '우리'라는 기업명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센테니얼과 우리담배와의 관계 회복은 물론이고 3년간의 스폰서 계약이 지속되기도 힘들어 보이며 우리담배의 프로야구단 스폰서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떠나려는 우리담배의 뒤끝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센테니얼로 인해 기업이미지에 얼마나 많은 타격을 입었는지 모르겠지만 프로야구판 전체를 싸잡으며 홍보효과 없이 피해만 입고 떠난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은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동업자로 지낸 나머지 7개 구단과 전체 야구팬들에게 더욱 안좋은 뒷모습만 남길 뿐이다.

따지고 들자면 우리담배가 프로야구판에 뛰어든 후 센테니얼 사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단 말인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프로야구 스폰서를 선언하기 전에 '우리담배'의 존재를 알고 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나? 우리담배가 프로야구계에 등장했을때 담배를 피지않는 나조차도 우리담배가 궁금하여 홈페이지를 찾아봤을 정도다.

90년대 중반 이후 11년만에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누적관중 400만명을 돌파한 이때, 최소한 300만명 이상은 우리담배의 존재를 인지했으며, 나쁜 감정보다는 좋은 감정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센테니얼의 가입금 미납사태때도 우리담배를 비난하거나 거론하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올시즌 프로야구 흥행의 아이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목동구장의 명물, 턱돌이는 또 어떠한가.. 턱돌이가 우리담배를 직접적으로 홍보한 것은 아니지만 턱돌이로 인해 우리히어로즈는 물론 우리담배의 이미지까지 좋아진 것은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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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명랑히어로 이 주의 '명랑히어로'로 선정된 우리히어로즈 마스코트 턱돌이 (사진=우리히어로즈)



오히려 최근 유치원 선생님으로 가장한 연기자를 등장시켜 원더걸스의 So Hot 음악에 맞춰 옷을 벗으며 춤을 추게한 바이럴 동영상이 우리담배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켰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유치원 선생의 So hot 댄스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며 깎아먹은 기업 이미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센테니얼 가입금 미납 사태에 대해서는 매우 격노하는 모습이 마치 야누스의 두 얼굴을 보는 듯 하다. (이전에 쓴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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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선생님이 옷을 벗으며 섹시댄스를 춘다는 컨셉의 우리담배 'WIGO'의 바이럴 동영상의 한 장면



남은 기간동안 센테니얼에 약속한 지원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은 프로야구팬의 한사람으로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떠나지 달라고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담배가 위기의 프로야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프로야구가 위기라는 것은 야구인 전체가 자각하고 있으며, 프로야구계와 야구팬들은 우리담배에 대해 충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목동구장을 방문했을 때 홈팬과 원정팬을 가리지 않고 모두 손님으로 대접해줬던 기억, 프로야구사상 최초의 1박 2일 경기가 벌어지던 날 전광판에 띄워진 감사의 글귀 등.. 내 기억속의 우리히어로즈는 그동안의 프로야구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진보적인 구단이었다.

센테니얼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프로야구단 스폰서 포기는 매우 아쉽게 됐지만 떠난다는 우리담배에게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미안한 감정을 갖게 하며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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