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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3 월 1,500만원을 번다던 붕어빵 노점상 42

어제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 주요기사를 보니 대한민국의 부자 1%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구조, 연령, 직업군 등을 조사한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그 기사에서 말한 대한민국 1%의 평균은 "연평균 소득 1억8276만원, 가장은 공학을 전공한 40대이고, 매월 최소 500만원씩 여윳돈이 있는 가정"이라고 합니다. [기사보기]

그리고 1%에 들기 위한 연수입의 커트라인은 1억 3,020만원이라고 하는데... 12개월로 나눠보면 월수입이 대충 1,085만원이더군요..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참 생각지도 못할 금액입니다.

그런데 2년전에 실제로 저것보다 더 많이 버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어서.. 그때 얘기를 잠시 써볼까 합니다.

2년전 이맘때쯤이었는데요. 저녁 10시가 조금 넘어서.. 술자리를 마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유흥가와 주택가를 연결하는 횡단보도 옆에 붕어빵 노점상이 있길래 배도 출출하고 해서 붕어빵이나 몇개 먹을까 하고 잠시 들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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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을 먹고 있는데 장사하시는 아저씨가 장사를 끝마치려는 듯이 청소를 하시길래.. "아저씨, 지금 한창 잘 팔릴때 아니에요? 벌써 끝내시게요?"라고 물었더니.. 오늘은 벌만큼 많이 벌어서 그만 들어가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 노점의 위치가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지라..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술도 좀 먹었겠다.. 하루 매상이 얼마나 되시냐고 살짝 여쭤 봤더니.. 놀라지 말라고 하시면서 제게 하시는 말씀이.. 한달에 1,500만원 정도를 번다고 하시더군요-_-;;


진짜 거짓말안하고.. 먹고 있던 붕어빵이 튀어나올뻔 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아저씨는 붕어빵 재료를 만들어서 다른 노점상들한테 파는 것까지 같이 해서 수입이 좀 많은 편이라고 하더군요. 아니 그래도 월 1,500만원이라니;;;;

암튼.. 그 아저씨도 슬슬 장사끝내려는 분위기다보니.. 그 자리에서 저랑 좀 오래 얘기하게 되었는데요..
대화내용을 잠깐 써보자면.............


: 수입이 참 어마어마 하시네요.

아저씨 : 저는요, 젊은 사람들 죽어라 회사들어가려고 애쓰는거 참 이해가 안되요. 물론 우리도 고충이 없는건 아니지만요.

 : (붕어빵장사에 관심있었는데 아닌척 하고 물어봄) 근데, 이 붕어빵 기계는 얼마나해요?

아저씨 : 전국에 이 기계 만드는 공장이 몇군데 있는데 이건 대구에 있는 공장에서 40만원 주고 사온거에요. 이것도 다 특허 있고 그래요.

: 아 그렇구나...

아저씨 : 제가 지금 나이가 39살인데.. 전 지금까지.. 회사 생활 한번도 안해봤어요.. 여태까지 쭉 노점만 했어요.

: 자녀는 있으시고요??

아저씨 :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딸만 둘 있어요.

: 근데 이렇게 장사 하시면 의료보험이나 그런것도 가입안되어 있을텐데.. 애들 아프면 의료보험혜택같은 것도 못받자나요?

아저씨 : 그까이거 그냥 돈내고 병원가면 되죠.

: 아.......... -_-;;; (듣고보니 참 바보같은 질문을 했었던거 같더군요.)


떨이로 3개 남았는데 그냥 다 먹고 가라고 해서 "옙.."하고는 주섬주섬 먹고 왔었지요..

그리고 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밤 11시쯤 됐는데 좀 출출하더군요. 와이프가 군고구마가 먹고 싶다길래.. 집앞에 나가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2년전 월 1,500만원을 번다던 그 아저씨 자리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여러 노점상들이 그 자리에서 번갈아가며 장사를 하는지.. 어제는 한 50대 전후로 보이는 부부가 붕어빵 장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3개에 천원이라길래.. 2천원어치만 싸달라고 하니.. 남은거 떨이라고 2,500원에 남은거 다 가져가시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알았다고 하니까.. 10개정도 남은 붕어빵을 모두 싸주시더군요..

다른 때 같았으면 왠지 덤으로 몇개 더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을 것 같은데.. 2년전 그 자리에서 월 1,500만원을 번다던 그 붕어빵 장사 아저씨를 생각하니.. 이 분들도 월 몇백씩은 벌겠구나 하고 생각에.. 고맙고 기쁜 마음은 별로 안들고 그냥 무덤덤하더군요.

노점상들이 모두 재벌은 아닐테고.. 매우 힘들게 사시는 노점상분들도 많겠지만...암튼.. 그때 월 1,500만원을 번다던 그 붕어빵 장사 아저씨때문인지.. 그 후로 노점상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지긴 했습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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