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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1 만취 무단횡단 보행자 접촉사고 경험기 1

이런 것도 경험기가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어제 이슈가 된 뉴스 중에 우리나라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입원비율이 일본의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입원비율에 9배라는 내용의 뉴스를 보니 4~5년 전 이와 비슷한 사고를 경험했던 내용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 동생이 운전하던 차량과 무단횡단을 하던 취객간의 교통사고였는데요. 자정이 조금 넘은 새벽 0시 30분쯤이었고.. 술집등이 많은 유흥가 편도 2차로에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그 도로는 밤이 되면 택시를 잡으려는 취객과 택시들이 뒤엉켜 혼잡한 도로인데요. 취객들의 무단횡단도 빈번한 그런 도로입니다.

제 동생의 차량에 부딪힌 취객은 40대 초반의 셀러리맨으로 나중에 알고보니 국민연금보험공단에 다니는 공무원이더군요. 같이 술먹던 동료들을 택시태워 보내고 반대편으로 건너와 택시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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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제 동생은 차량의 위치를 바닥에 표시한 후 피해자인 취객을 태워 근처 병원으로 이동했고요. 당시 현장에서 "저 아저씨가 차오는데 그냥 뛰어들었다"며 목격자 진술을 해주시겠다는 행인분들이 두분이나 계셔서 연락처도 획득한 상태였습니다.

그 장소가 경찰서 앞이여서 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교통경찰도 왔었으며.. 피해자의 신원을 물어보는 교통경찰의 말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도 말하지 못하고 현재 사고가 났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만취상태였다고 합니다.

운전자로서 전방 주시를 태만한 점, 무단횡단이라지만 보행자의 안전의무를 다 하지 못한 점, 무단횡단이 빈번한 도로의 갑작스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지 못한 점 등 가해자로서 피해자 가족에게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였고 그에 대한 보상 역시 섭섭치 않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술에서 깨어난 피해자의 행동과 그 가족들의 반응에 매우 기분이 불쾌했습니다.

3~4시간 후 병원 응급실에서 깨어난 피해자는 자신은 절대 술취해 무단횡단을 하지 않았다고 우겼으며.. 그 가족들은 "이 사람 연봉이 얼만 줄 아냐"며 회사 못간 만큼의 월급을 보상하라고 난리였습니다.

그리고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그 피해자의 형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택시기사를 치인 것은 아니었지만 저희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죠.

이런 상황은 이미 빠삭한 듯.. 사고 다음날 바로 병원을 옮기더군요. 교통사고 환자들이 주로 입원한다는 악명높은 병원이었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갔던 병원에서 MRI와 CT등 고가의 각종 검사를 이미 다 했는데도.. 옮긴 병원에서 또다시 재검사를 하더군요. 피해자가 입은 피해정도는 골절도 아닌 오른쪽 발목 염좌였습니다. 입원하면 2주 진단이 기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발목염좌로 3주 진단이라..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가해자인데..

아무튼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병원을 또 옮기는 겁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간다는 이유였습니다. 왜이러나 싶었더니..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보험금을 다 소진하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제 동생이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이 있었는데.. 책임보험밖에 가입을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1~2개월 후 학교 복학관계로 차량을 처분하기 위해 책임보험만 가입한 것이었죠. 책임 보험의 경우 전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보상을 해주더군요. 약 160만원정도 보상금이 나왔는데.. 그 보상금을 병원비로 다 소진하게 한 후 따로 합의금을 요구하기 위해.. 발목 염좌로 병원을 3군데나 옮겨 다니고.. CT와 MRI를 두번이나 찍었던 겁니다.

그리고 사고 합의금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그렇듯.. 그쪽의 요구액은 말하지 않은채 얼마나 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는 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원 입원 1주당 50만원으로 합의금을 산정한다고 알고 있어서.. 3주 진단이니까 150만원에 위로금조로 50을 더해서 200만원에 합의를 하자고 하니 펄펄 뛰더군요. 그러더니 이번엔 합의 후 후유증이 나타나면 몇 년간 보상을 해준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달라는 겁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죠.

제 동생일인데 저도 그냥은 보고 있을 수가 없었서.. 공탁을 걸고 배째란 식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그렇게 까지 일을 벌리긴 싫었습니다. 아시는 분이 해당 경찰서 간부를 알고 있어서 그쪽으로 부탁드려 결국은 180만원에 합의를 보고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서에서는 합의서 작성할 때 피해작 만취 무단횡단했다는 내용을 받아오라고 하여 그걸 부탁했더니.. 참 뻔뻔한 얼굴로 그 내용을 직접 작성하더군요.

아무리 차량을 운전한 운전자로서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 말이 없으나.. 가해자라는 이유로 상호 평등한 관계에서 사건을 해결할 생각은 않하고.. 가해자 위에 군림하여 상식밖의 행동과 그 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참으로 역겹게 느껴졌습니다. (더 비열했던 내용도 있습니다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같아 더이상 쓰진 않겠습니다.) 그때 얼마나 데였는지 그 피해자 이름 석자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정XX씨....

당시에는 저나 제 동생이나 사회물정을 잘 몰라서 이리저리 이끌려 다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냥 큰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험은 꼭 종합보험으로 가입하여 운전자도 최소한의 자기 방어는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점 깊이 깨달았고..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인정할 줄 알고 가해자와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우리에겐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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