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이번 올림픽은 선수단 구성부터 결승전까지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히트칠 수 있을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

9경기를 기억해보면 정말 많은 선수와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네요. 홈런 3개의 토종 거포 이대호, 캐나다전 결승홈런의 주인공 정근우,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에 올라와 병살타를 유도한 특급마무리 정대현 등등.. 99.9 속이 꽉찬 남자 한기주까지...

모든 선수단이 고생하고 활약하였지만..그 중에서도 유독 왼손 투수, 왼손 타자의 활약이 두드러진 대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유쾌한 병역브로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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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첫경기가 열리던 날 썼던 글에서 이승엽을 "유쾌한 병역브로커"라고 말했었는데..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금메달의 1등 공신은 역시 이승엽이었습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터진 홈런이 있기 전까지.. 지독한 부진속에 많은 맘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준결승이 끝난 이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일때는 그동안의 설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침몰시킨 역전 투런과.. 결승에서 쿠바의 기선을 제압하는 선취 투런 홈런 등.. 그의 활약이 비로소 결승행을 결정지었고.. 금메달을 결정지었습니다.






■ 세계적인 괴물이 된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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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부진하여 국내용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역시 에이스다웠습니다. 캐나다전 완봉, 결승 쿠바전에서 역시 8, 1/3이닝동안 단 2실점의 완벽투!! 대회에 출전한 어느 투수라도.. 류현진보다 강한 투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의 괴물이 곧 세계의 괴물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 겁없는 20살의 新 일본킬러,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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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킬러 구대성이 물러난 자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일본킬러 김광현!! 두번의 일본전에 등판에 정말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습니다. 구대성이 떠난 것은 일본에게 행운이겠지만.. 김광현의 등장은 새로운 악몽의 시작이 될 겁니다. 류현진과 더불어 최소 10년은 우리나라 야구를 이끌어 줄 좌완 원투펀치! 그가 있어 우리 야구가 더욱 밝아보입니다.






■ 날쌘돌이,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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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할 때 이용규는 꽤나 고집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표정은 잘못 말 걸었다간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처럼 단단히 굳어 있을때가 많습니다. 준결승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그를 보며.. 감성적이고 여린 이용규의 새로운 모습을 본 듯 했습니다. 27타수 13안타 타율 0.481에 8득점!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기록입니다.






■ 파워를 겸비한 교타자,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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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청소년대표이기도 했던 김현수는..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하였지만.. 이제 국가대표팀에서 붙박이 3번타자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동안 이병규, 장성호 등이 교타자의 명성을 얻어왔지만.. 김현수가 그 뒤를 이어도 충분해 보입니다.






■ WBC의 감동 그대로, 국민우익수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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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대타로 나와 천금같은 동점타를 날린 국민 우익수 이진영! WBC때 보여줬던 환상적인 다이빙캐치의 감동을 이번에도 보여주었습니다. 후지카와로부터 뽑아 낸 그 타점이 없었다면 이승엽의 홈런도 장담할 순 없었겠죠. 끌려가던 경기를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려놓은 귀중한 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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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제 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대만을 이기고 결승에 올라 일본과 만났지만..5:4로 역전패하여 준우승하였지요.

당시 우리 청소년 야구대표팀을 이끌던 주요 선수들은.. 마운드에서는 한기주, 류현진, 김광현, 나승현, 손영민, 김성훈 등 이었고.. 타선에는.. 두산 김현수, 민병헌, SK 이재원, 롯데 손용석, 김문호 등이 있었습니다.

그때 청소년 대표팀의 명단을 놓고 보니.. 3년이 지난 지금은 타자보다는 투수들이 훨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군요.

청대 마운드의 에이스는 단연 한기주선수였습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로 올라와 이전 2경기에서 259개의 공을 던지고 또 선발로 올라온 일본의 괴물투수 쓰지우치와 맞붙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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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청소년대표팀,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나승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한기주


9회말까지 4:2로 우리가 앞서 있었지만.. 대타로 나온 나사키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면서 4:4동점이 되고.. 한기주가 강판됐습니다. 그리고 구원으로 올라온 투수가 김광현이었습니다.

김광현은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5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었는데.. 결승에서는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말았죠. 그래서 4:5로 역전당해 준우승했었구요.

▶ 당시 대만과의 준결승경기 사진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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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청대 류현진, 한기주, 손영민

2005년 청대 투수 멤버 중 랭킹은 한기주였고.. 류현진은 랭킹 3~4위정도.. 오히려 나승현이 높게 평가 됐었죠.

프로구단 지명에서도 한기주는 연고구단인 KIA타이거즈가 1차 지명했으며.. 인천 연고인 류현진은 부상과 수술경력 등으로 SK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1차 지명은 이재원.. 당시 이재원이 워낙 거물급 포수여서..)

더군다나 2차 지명에서도 롯데가 나승현을 지명하면서 그 다음 번인 한화의 지명을 받게 되어 한화에서 뛰게 되었죠.

김광현은 그 다음해 SK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고요.

암튼 당시만해도 류현진이 지금의 "괴물"로 성장하리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역대 최고 계약금을 받은 한기주의 성장이 더딜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죠.

2005년 청소년 대표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한기주, 류현진, 김광현이.. 3년이 지난 지금,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으로 뽑혀 또다시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는 3년 동안.. 참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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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에 이어 2008년에도 국가대표가 된 3인방.. 한기주, 류현진, 김광현


국내리그에서는 각각 선발과 마무리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 야구를 통해.. 청대 시절 에이스였던.. 한기주는 국제적인 "작가"가 되어버렸고.. 일본을 두번이나 침몰시킨 겁없는 20살 김광현은 "新일본킬러"라는 호칭을 받고 있고..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프로 2차 지명에서도 밀려난 류현진은 결승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명실 공히 "국대 에이스"가 되었고요.

미국전, 일본전 등을 한 편의 서스팬스 스릴러로 만들어 버린 한기주는.. 이번 대회를 통해 좀더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비록 은메달을 확보하여 "군면제"라는 최고의 혜택을 받게 되었지만.. 아마 본인도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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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율 99.9 속이 꽉찬 남자 한기주... 명예회복해야지!!!


다른 스포츠도 그렇겠지만.. 특히 야구는.. 실수나 부진을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전 타석에서 삼진 당하고 병살타를 친 대회 타율 1할대의 이승엽이.. 역전 투런홈런 한방으로 "국민적 영웅"이 되었으니까요.

한기주선수 역시 본인의 부진과 실수를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무 기죽지 말고.. 이제 결승전만 남아 있어.. 한번 더 등판할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든 자신감 있는 피칭 보여주면서 대회를 마무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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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야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벌어지면 늘 떠오르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대성 불패' 구대성이죠!!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3-4위전에서 일본과 만나게 된 우리나라는.. 구대성이 9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뽑아내는 완벽한 피칭을 앞세워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죠.

구대성이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동안 "대성 불패" 구대성은 중요한 순간에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일본 타선을 무력화시킨 그야말로 일본 킬러 중에 킬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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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일본킬러 구대성

몸을 비틀어 던지는 특이한 투구폼, 우타자의 무릎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코너워크!.. 구대성의 구위를 떠나 일본 타자들에겐 그의 존재 자체가 두려움이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난 WBC를 마지막으로 "대성 불패" 구대성은 더이상 국가대표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이와 부상경력 등 앞으론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듯 합니다.

일본으로선 행운이고.. 우리에겐 악몽이겠지만.. '포스트 구대성' 김광현의 등장은.. 일본에게 또다른 악몽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김광현이 프로입단 후 일본팀과 경기를 가진 것은 지난 2007년 코나미컵에서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입니다.

SK와이번스가 출전한 코나미컵에서는 2007년 우승팀 주니치드래곤스를 상대로 7, 1/3이닝 3피안타, 3볼넷, 탈삼진 5개를 잡으려 1실점하는 호투를 보여줬죠.

안산공고 재학 시절 출전한 2005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도 일본청대를 상대로 5이닝 노히트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일본전 선발은 일찌감치 김광현으로 낙점된 상태였습니다. 김광현선수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올림픽 풀리그에서 만난 일본을 4회까지 퍼팩트로 막으며.. 5회 1아웃까지 탈삼진 7개를 잡으며 5:3으로 일본을 이기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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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 일본킬러, 김광현


그리고 오늘 벌어진 준결승전.. 또다시 일본을 만나게 되자.. 여기저기서 불길한 예상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WBC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 풀리그에서 진 일본선수들이 이번엔 꼭 이기려 들것이다 등등..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승으로 가는 최대 고비에서 등장한 20살의 어린 투수는 8이닝 동안 단 2실점만 허용하는 눈부신 활약으로.. 아시아 최강이라는 일본의 자존심을 통쾌하게 꺾어 놓았습니다.

이쯤되면.. "新 일본킬러"의 등장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가 이제 막 20살을 넘긴 겁없는 어린 투수라면.. 앞으로 야구 한일전에서 만큼은 일본에 질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광현이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절대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못할 겁니다. (김광현 선수.. 앞으로 한 15년은 프로생활 하겠죠?ㅎㅎ)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좌완 영건 김광현의 앞날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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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벌어진 코나미컵 1차전 SK 와이번스와 주니치 드래곤스의 경기는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와 짜임새있는 타선의 적시타로 주니치에 신승을 거뒀더군요. 한국시리즈에서 2패한 후 파죽의 4연승을 거둬 우승한 SK의 상승세가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도쿄돔에까지 세력을 뻗친 것 같습니다.

대회 시작전 예상은 도쿄돔이라는 생소한 환경과.. 적지에서 싸워야 하는 점, 그리고 한국과 일본 야구의 객관적인 실력차 때문에.. SK가 다소 불리한 입장이었죠. 오늘 승리는 초반에 무너지지 않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준 김광현의 활약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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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투수가 도쿄돔에서 재팬시리즈 우승팀을 상대로 1차전 선발을 한다???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거나 프로에서 몇년은 활약한 베테랑이 아니고서야 좋은 활약을 기대하기 힘든 법인데.. 대회전부터 키플레이어가 될거라는 김성근감독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한 것 같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1승 2패로 몰린 상황에서도 자칫 1승 3패로 벌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길목에서 김광현 카드라는 초강수를 던져 승리하였기 때문에 이후에 여유있는 투수운용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었죠.


올시즌 김광현은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었죠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과도한 관심과 스포트라이트 때문인지 특유의 대담한 피칭과 변화구의 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많이 고전했는데..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이라는 큰 경기에서 자기몫의 200%이상을 해주는 모습을 보니.. 이제 스스로도 마운드위에서 여유를 찾은 듯 합니다. 이런 경험이 한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지난 2005년 문학구장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를 보러가서 찍은 김광현선수의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당시 유일한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3학년의 한기주, 류현진, 나승현 선수 등과 좋은 활약을 펼쳤죠. 대회 우승은 아쉽게도 일본이 차지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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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 대만전에 등판한 SK 김광현(당시 안산공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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