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야구단 감독으로 현 감독인 김시진감독을 탈락시키고 LG트윈스 감독을 역임한 이광환(60)감독으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급격한 변화속에서 선수단 전력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임 감독을 신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저 또한 1년 정도는 감독직을 맡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김시진감독은 김재박감독이 LG로 떠난 이후 감독을 맡은지 첫 해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대피닉스 시절부터 줄곧 현대유니콘스에 몸담아 있으면서 우수한 투수들을 길러낸 명조련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감독으로서의 성품도 뛰어나고 선수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여 2007년 모기업의 재정난이 극심했던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6위라는 성적을 올리며 리더쉽과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그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감독직 탈락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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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센테니얼과 박노준단장은 김시진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센테니얼이 투자전문회사라는 점과 팀 운영이 기업스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향후 현대구단을 재매각할때 좀 더 많은 매각대금을 요구하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현재 현대유니콘스의 색깔을 깔끔하게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구단으로 탈바꿈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센테니얼이 현대를 인수해서 8개 구단 유지가 가능하게 된 것만도 다행스런 일이고 야구단 운영을 기업의 철학이나 신념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체로 보는 시각은 한국의 프로스포츠계에 던져진 일대 센세이션이며 우리 프로야구팀들이 필연적으로 변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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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꺼꾸로 생각해보면 야구단을 운영하며 이윤을 남기려는 의도가 강한 센테니얼측에게는 값싸게 운영한 뒤 많은 금액받고 되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저는 센테니얼이 10년, 20년 야구단을 맡아주리라는 기대는 안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긴 시간 운영하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2년이나 3년 후에라도 언제든 재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재매각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고를 버리고 떠돌던 구단, 돈이 없어 재정적으로 힘들었던 구단, 그로인해 대부분의 팬들이 떠나버린 구단이라는 "현대"이미지를 싸그리 떨쳐버려야 했을 겁니다.

농협, STX, KT로 이어지는 매각 실패과정에서 비친 현대유니콘스의 모습은 다소 부정적이었으며 측은하고 빈곤함까지 느껴졌던게 사실입니다. 그로인해 프로야구전체의 가치하락까지 이어졌구요.

하지만 김시진감독을 탈락시킨 센테니얼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단가치를 결정짓는 첫번째 요소는 구단의 흥행력인데 이는 팀의 성적과 직결되며 팀 성적의 주요 변수는 선수 개개인들의 능력만큼이나 선수와 선수사이, 그리고 선수와 코칭스텝사이의 인화력과 끈끈한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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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현대피닉스 코치로 시작하여 1998년 현대유니콘스의 우승과 매년 상위권의 실력을 유지시켜줬던 막강 마운드 운영은 김시진 전감독의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입니다. 그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 또한 두터워서 매각 뒤 많은 모습이 변하게 될 상황에서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 정신적 기둥이 되어주고 부실한 동계훈련으로 인한 전력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김시진 전감독이 최적입니다.

어제 오후 발표된 기사를 보니 이광환 감독외에 강병철, 이순철 등도 코칭스텝으로 내정되었다고 합니다. 구단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팀성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는데 과연 팬들도 원하고 선수들도 원하는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으로 팀의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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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는 팀과 선수.. 그리고 팬은 과거의 "추억"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고리는 대단히 견고하여 쉽게 끊어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형성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네이밍 스폰서 자체가 팀에 대한 애정과 신뢰 구축의 측면에서 기존의 방식보다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인 상황에서 팀의 상품성만 높인다고 팬이 모여들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야구팬 중에는 눈으로 보여지는 성적이 아닌 정서적인 가치와 추억때문에 오랫동안 팀을 바꾸지 않고 응원하는 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현재 남아 있는 현대팬 뿐만 아니라 현대를 떠난 팬까지 끌어모으지는 못할 망정 남아 있는 팬까지 떠나보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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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밀워키 브루워스 감독직 포함 메이저와 마이너리그에서 수비/주루 코치를 지낸 제리 로이스터를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내정한 구단이 되었습니다.

축구의 경우 프로구단은 물론이고 국가대표감독직까지 외국인감독을 내정하는 등 외국인 감독과 선수에 대해 대단히 개방적이었던 것에 반해.. 프로야구는 외국인 감독이 사상 처음인 만큼 야구팬과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지도자들이 코치로는 종종 활약을 하였으나 감독직만은 쉽게 앉을 수 없었던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축구가 지도자의 전략과 전술, 리더쉽, 선진축구 시스템 등이 팀전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비해 야구는 감독의 작전만큼이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의 특성이나 능력을 좀더 많이 알고 있고 파악하기 쉬운 한국인 감독이 팀을 운영하는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또 외국인감독영입같은 큰 변화없이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해왔던 것도 외국인감독 내정같은 변화의 움직임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하지 못한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인 코치들의 우리 프로야구에 남긴 업적도 많습니다. 투수의 한계투구수에 대한 개념이나.. 새로운 구질의 전파, 훈련과 팀운영방식의 개선 등이 그렇습니다.

변화와 개방은 그에 따른 진통도 있겠지만 한단계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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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감독, 제리 로이스터


그런 점에서 로이스터 감독 내정은 우리 프로야구가 맞은 큰 변화와 통과의례 중 하나라고 보여집니다. 외국인 감독이 아닌 다른 한국인 감독이 내정되었더라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야구를 보여주려 노력하겠지만.. 변화를 체감할 만큼 큰 혁신은 힘들었을 것입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단지 외국인감독이라서 무조건 큰 변화가 일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동안 우리 프로야구가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기 때문에.. 로이스터감독의 작은 움직임도 크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그동안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였던 감독과 선수들간의 관계도 보다 수평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수들 역시 고교야구같은 학생 신분이 아닌 프로 신분인 만큼 감독이나 선배들에 의해 억압되고 억눌린 환경보다는 개방적인 환경에서 보다 빨리 자신의 기량과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며.. 선수들의 부상방지나.. 재활치료 등에서 좀더 나은 기술을 보유한 선진 시스템의 도입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나머지 7개 구단들에게도 사소하게나마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합니다.

외국인감독 내정은 우리 프로야구가 이런 변화를 맞이할 만큼 성숙했기보다는.. 지금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구요.. 올해 SK가 스포테인먼트로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켰다면.. 내년에는 로이스터 감독에 의해 기존에 우리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던 케케묵은 편견과 생각들이 하나둘씩 변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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