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타이거즈의 시즌 시작이 작년이나 올해나 순탄하지 못하네요.

개막 2연전에서 두산에게 내리 연패를 당하고 맞은 홈 첫 경기에서도 작년 우승팀 SK에게 4-3으로 역전패하면서.. 8개 구단 가운데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타이거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야구하는 선수 중 하나인 이용규선수마저 수비 도중 팬스에 부딪혀 왼발목 복사뼈 골절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리그 정상급 1번 타자에 주전 중견수인 이용규의 장기간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2008년 호랑이들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은 호재는 없고 악재만 계속되는 암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또한, 이용규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의 상황은 우리 프로야구의 응급대처 현실이 얼마나 초라하고 우스운지 보여준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부상당해 쓰러져 있는 선수에게 달려 나간 것은 구단 트레이너로 보이는 한 사람 뿐이었으며.. 발목쪽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임에도 그 흔한 들것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통증때문에 걸을 수 없는 이용규선수를 트레이너가 업고 나오는 상황에서는 웃음도 안나오더군요.

발목 부상 선수를 옮길 들것 하나가 없어서 업고 나오는건가??



최희섭선수가 시카고 컵스 시절 내야 플라이 수비 도중 머리를 지면에 강하게 부딪혀 잠시 정신을 잃었던 상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때 운동장으로 직접 구급차가 들어와 현장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까지 후송하는 모습은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죠.

시카고 컵스 시절 머리 부상으로 쓰려진 최희섭을 관찰하는 의료진과 운동장까지 들어와 부산선수를 옮기는 구급차



이번 WBC에서도 빈볼성 직구에 헬멧을 강타 당한 이용규 선수 역시 경기장 내 위치한 응급실에서 X레이 촬영과 CT 등 각종 의료장비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진단을 받을 수 있었죠.

이 정도까지 바라지는 못해도 보행이 불편한 선수를 위한 들것 마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야구가 맞는지 의심들게 합니다.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등으로 야구인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았고.. 팬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개막 2연전에서 역대 최고의 관중 입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KBO와 구단들이 보답한 것은 무엇입니까? 팬서비스 선물이나 더 많이 뿌리고, 유명 연예인 시구 섭외하는 것이...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들것을 준비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는 현실이 바로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했다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입니다.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장비.. 비상 상황에서의 응급처치 메뉴얼과 그에 대비한 연락체계, 상황 시뮬레이션 등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500만 관중, 600만 관중 돌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2000년 경기 도중 호흡곤란으로 쓰려졌던 임수혁선수는 아직도 일어서지 못한 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습니다. 그때도 이런 열악한 응급처치 환경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근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뀐게 하나도 없다는 것은 우리 프로야구의 행정과 구단들의 마인드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근시안적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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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이번 올림픽은 선수단 구성부터 결승전까지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히트칠 수 있을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

9경기를 기억해보면 정말 많은 선수와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네요. 홈런 3개의 토종 거포 이대호, 캐나다전 결승홈런의 주인공 정근우,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의 위기에 올라와 병살타를 유도한 특급마무리 정대현 등등.. 99.9 속이 꽉찬 남자 한기주까지...

모든 선수단이 고생하고 활약하였지만..그 중에서도 유독 왼손 투수, 왼손 타자의 활약이 두드러진 대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유쾌한 병역브로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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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첫경기가 열리던 날 썼던 글에서 이승엽을 "유쾌한 병역브로커"라고 말했었는데..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금메달의 1등 공신은 역시 이승엽이었습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터진 홈런이 있기 전까지.. 지독한 부진속에 많은 맘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준결승이 끝난 이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일때는 그동안의 설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침몰시킨 역전 투런과.. 결승에서 쿠바의 기선을 제압하는 선취 투런 홈런 등.. 그의 활약이 비로소 결승행을 결정지었고.. 금메달을 결정지었습니다.






■ 세계적인 괴물이 된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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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부진하여 국내용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역시 에이스다웠습니다. 캐나다전 완봉, 결승 쿠바전에서 역시 8, 1/3이닝동안 단 2실점의 완벽투!! 대회에 출전한 어느 투수라도.. 류현진보다 강한 투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의 괴물이 곧 세계의 괴물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 겁없는 20살의 新 일본킬러,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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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킬러 구대성이 물러난 자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일본킬러 김광현!! 두번의 일본전에 등판에 정말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습니다. 구대성이 떠난 것은 일본에게 행운이겠지만.. 김광현의 등장은 새로운 악몽의 시작이 될 겁니다. 류현진과 더불어 최소 10년은 우리나라 야구를 이끌어 줄 좌완 원투펀치! 그가 있어 우리 야구가 더욱 밝아보입니다.






■ 날쌘돌이,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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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할 때 이용규는 꽤나 고집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표정은 잘못 말 걸었다간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처럼 단단히 굳어 있을때가 많습니다. 준결승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그를 보며.. 감성적이고 여린 이용규의 새로운 모습을 본 듯 했습니다. 27타수 13안타 타율 0.481에 8득점!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기록입니다.






■ 파워를 겸비한 교타자,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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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청소년대표이기도 했던 김현수는..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하였지만.. 이제 국가대표팀에서 붙박이 3번타자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동안 이병규, 장성호 등이 교타자의 명성을 얻어왔지만.. 김현수가 그 뒤를 이어도 충분해 보입니다.






■ WBC의 감동 그대로, 국민우익수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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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대타로 나와 천금같은 동점타를 날린 국민 우익수 이진영! WBC때 보여줬던 환상적인 다이빙캐치의 감동을 이번에도 보여주었습니다. 후지카와로부터 뽑아 낸 그 타점이 없었다면 이승엽의 홈런도 장담할 순 없었겠죠. 끌려가던 경기를 한순간에 원점으로 돌려놓은 귀중한 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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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4월을 보내고 있는 KIA.. 이기는 건 고사하고 점수 한점 나는 걸 목이 빠져라 지켜봐야 하는 KIA타이거즈.

지난 주말 문학 SK와의 3연전 중 토, 일 두경기를 관람하였는데.. 어제 저녁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적 패닉상태까지 경험하였습니다.

문학경기를 관람한 후 제2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KIA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옆으로 지나가던데..(두산과의 잠실 경기를 위해 이동 중..)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버스 뒷모습이 엄청나게 처량하고 불쌍해 보이더군요;;

작년 대대적인 리빌딩과 시범경기 1위 등 KIA의 장미빛 2008시즌을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지금 이런 처참한 상황에 놓여진 것은 무엇이 원인이든 간에 한두가지가 해결된다고 풀어질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전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동원해봐야할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트레이드나 용병교체를 통한 타선 강화가 가장 시급하지 않을까 하네요.

개막 초반 타선이 침묵하면서 패했던 경기가 무척 많았죠. 살아날 것 같았던 타선의 침체가 계속되자.. 마운드, 수비 등이 연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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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의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 사진이 지금 KIA타이거즈의 팀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경기 중에 서로 말도 별로 없는 것 같고.. 화이팅도 없고 격려도 없고..



이용규, 장성호 등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들도 언제 지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구요. 최희섭선수나 이현곤선수의 인터뷰에서도 봤듯이, 타선침체가 길어지고 패수가 늘어날 수록 선수들의 심적 부담감도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용규는 톱타자, 세터테이블로서.. 장성호는 주장과 중심타자로서.. 최희섭은 메이저리거 출신과 4번타자로서.. 이현곤은 전해 타격왕으로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부담이 계속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해결하지 못하는 타석이 늘어날수록 좌절과 의기소침 역시 함께 늘어날 수 밖에 없구요.

우선 트레이드나 거포 용병 영입을 통해 타선을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어제 기사가 올라왔다가 삭제된 KIA와 우리히어로즈의 트레이드설 역시 그런 배경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희섭선수나 장성호선수와 짝을 맞춰 줄 중장거리 타자를 영입한다면 중심타선의 무게와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 것 같은 생각이구요. (나지완선수나 홍세완선수가 그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호세 리마가 부진하여 2군으로 내려가면서 퇴출 얘기가 나오는데.. 시즌 성적이 겉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기 전에 퇴출이냐 아니냐를 빨리 결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격수인 발데스 선수 역시.. 애초에 수비를 염두하고 데려오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용병으로 온 이상 수비만 바라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이 '용병'에서 오는 기대수준이 있기 때문에 발데스의 현재 성적이 매우 아쉬울 수 밖에 없는데요. 김종국과 김선빈이 유격수와 2루수로 고정출장 시키더라도.. 외야를 볼 수 있는 거포형 용병으로의 교체도 심각히 고려해 볼만 합니다.

확률은 낮겠지만.. 호세리마와 발데스를 모두 거포형 용병으로 교체하고 타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한 명을 더 영입하여 타선의 무게를 살리고.. 기존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어 함께 시너지를 낸다면 매번 잔루만 남기는 '희망고문'은 적잖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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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승률 0.280... 2할대 후반 타자의 안타를 보는 것만큼 힘든 기아의 승리


야구가 아무리 투수놀임이라고는 하지만.. 타선이 터져주지 않으면 마운드 역시 서서히 붕괴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5점을 주고 6점을 줘도 타선이 7점, 8점을 뽑아 줄 수 있다면 지더라도 아쉽고 허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도 썼지만.. 한화, 우리와의 광주 홈 6연전에서 최대한 승수를 챙겨놓아야 그 다음 이어지는 SK-두산-롯데-삼성의 강팀들과의 경기를 대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SK와의 3연전은 3전 전패를 하고 말았네요.

리그 꼴찌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만나는 상대팀 모두가 버거울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특약 처방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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