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2008년 프로야구를 빛낸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열립니다. 프로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해 보는 것이 소원일텐데요.

골든 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과 활약을 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시즌 초의 기대와 달리 부진과 악재속에서 한 해를 보낸 선수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시즌 저조한 성적으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거나 부진했던 "돌든 글러브"를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뽑아 볼까 합니다.

"돌든 글러브"는 글러브대신 돌을 들고 야구했다라는 의미로 그만큼 속터지는 야구를 했다라는 뜻입니다.

(선수 정보는 KBO 홈페이지와 DC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종이글러브 투표"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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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두둥~ 2008 프로야구 돌든 글러브 발표!!
















투수 돌든 글러브 SK 와이번스, 다윈 쿠비얀
3경기 등판, 7이닝 투구 후 2군 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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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때 포스는 어디가고.. 데뷔전 0아웃 7실점 뭥미???


지난 시즌 12승 4패를 기록한 로마노를 퇴출시키며 데려온 쿠비얀..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최고구속 149km/h를 찍으며 잔뜩 기대감을 부풀려놓더니 시즌 첫 경기(vs 롯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7실점,

그 후 2경기에 더 나왔으나 허리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후 영원히 한국을 떠났습니다.

총 3경기에 등판에 던진 이닝은 고작 7이닝, 평균자책점 12.86, 1승2패, 데뷔전 0이닝 7실점!!

신인으로 뭇매를 맞은 LG 정찬헌, 두산 레이어, 삼성 톰션, 롯데 임경완, KIA 서재응, KIA 리마 등이 경합을 벌였으나.. 0아웃 7실점이 워낙 넘사벽이라.. 다른 경쟁자들을 간단히 제치고 투수 돌든 글러브 수상!!







포수 돌든 글러브
 두산 베어스, 채상병
타율 0.215, 홈런 5, 42타점, 53삼진, 병상 14개로 공동 5위, 도루저지율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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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 도루송구가 좀 안습..


김경문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홍성흔이 차지하고 있던 두산 안방을 꿰찬 채상병,

롯데 보상선수로 데려온 문동환을 한화로 역트레이드시켜 영입하여 꽤나 트레이드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리그 평균이상의 포수라고 보기에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 안습 수준의 2루 송구.. 풋워크와 어깨는 그렇다치더라도.. 조준이라도 잘 됐으면..

또한 적시적소에서 터져나오는 적절한 삼진과 병살타은 지켜보는 팬들의 뚜껑을 수십번 열고 닫고도 남을 정도..

시즌 도중 한화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도루저지율 2할의 심광호와 FA약발 제대로 활용한 죽어라 바깥쪽 직구 승부 LG 조바깥(조인성), 초등학교 야구선수도 간파한다는 국민볼배합 "직-직-변"의 달인, KIA 김상훈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왜일까??) 이라는 이유로 두산 채상병이 포수 돌든 글러브에 선정되었습니다.





1루수 돌든 글러브 KIA 타이거즈, 최희섭
타율 0.229, 홈런 6, 22타점, 41삼진, 4병살, 3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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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도 시원하게 날려주는 선풍기 스윙!
'동네 노는 형'을 넘어 '동네 모자란 형'으로 각인!!

지난 시즌 도중 한국 프로야구에 뛰어들어 초반 자잘한 부상으로 부진했으나 후반기 들어 크레이즈모드로 전환, 타율 0.337, 7홈런, 46타점의 꽤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2008년을 맞이한 최희섭..

그로 인해 거포 타자 용병은 애시당초 포기했던 KIA.. 서재응, 리마, 발데스와 함께 메이져리거 4인방 대활약의 헛꿈을 꾸게 했던 장본인..
덩치는 산만한데 뭐만하면 허리가 아프네.. 갈비뼈가 아프네.. 두통이 도졌네 하면서 시즌 내내 KIA팬들을 두통에 시달리고 울화통 터지게 했던 주인공..
 
최희섭이 타석에 들어서면 투수들의 투구 레파토리는 아래와 같은 공식이 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죠.

  • 몸쪽 직구 던져 파울유도 - 1스트라익
  • 바깥쪽 직구 스트라익 - 2스트라익
  •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 헛스윙 삼진

이건 뭐 보고 있는 시청자도 알아 맞출 수 있는 볼배합에 번번히 선풍기 스윙을 날려주시니..올 여름 KIA경기를 볼때면 선풍기고 에어컨이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항간에서는 최희섭에게 필요한 건 재활이나 트레이닝이 아니라 소개팅이라며, 일본인 여친과 헤어진 후 허~해진 심신을 달래 줄 여친이 무엇보다 급히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았죠.

원인모를 두통으로 야구장보다 병원을 더 많이 찾은 것 같은 최희섭...

최준석, 박현승 등과 경합이었으나.. 역시 무게감과 허탈감에서 다른 선수를 가볍게 따돌리고 남았습니다.

그렇지않아도 '동네 노는 형'이미지였는데 '동네 모자란 형'으로 완전히 이미지를 굳힌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년에는 부디 '동네 모자란 형'이미지만이라도 벗어던지길..





2루수 돌든 글러브 삼성 라이온즈, 신명철
97경기 출장, 타율 0.184, 홈런 1, 17타점, 32삼진, 7병살, 5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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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2루자리도 위험할 판!

롯데가 박한이를 버리고 신명철을 지명할 정도로.. 주목받았던 신인, "제2의 이종범"이라 불렸을 정도이니 입단 초기 그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였는지..

그러나 롯데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지난 해 삼성으로 이적하며 제 2의 야구 인생을 꽃피우려 했으나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이 삼성 세대교체의 주역들로 등장하며 김재걸, 조동찬 등과 함께 2루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신명철..

그러나 무주공산과도 같았던 주전자리를 고졸신인 김상수(경북고를 졸업하고 내년 입단 예정, 계약금 2억 6천)에게 넘겨줘야 할 입장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한화 한상훈, 이여상 등과 경합하였으나.. 기대치 대비 성적이 저조하여 2루수 돌든 글러브 수상!





3루수 돌든 글러브 KIA 타이거즈, 김주형
62경기 출장, 타율 0.226, 2홈런, 12타점, 30삼진, 3병살, 4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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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프로  5년차인데.. 언제까지 유망주?


2008년은 조범현감독의 실질적인 감독 첫 해! 대대적인 팀리빌딩과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누구보다 주목받았던 선수는 다름 아닌 김주형이었습니다.

벌써 프로 5년차이지만 김주형은 아직도 '유망주'입니다.

그만큼 성장이 더뎠다는 얘기인데요.. 홍현우 이후 KIA의 우완 거포에 대한 목마름을 씻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년, 2년.. 자그만치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기대치의 절반도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올시즌은 그의 프로생활 중 가장 많은 62경기에 출장했을 정도로 코칭스텝의 신임을 받았지만 아직은 본인 스스로도 야구에 대한 깨달음, 득함, 터닝포인트, 전환점.. 이런 것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LG 김상현과 경합했으나.. 본인이 주목하고 있는 선수라는 이유로(쿨럭;;) 3루수 돌든 글러브 수상!!





유격수 돌든 글러브 KIA 타이거즈, 윌슨 발데스
타율 0.218, 홈런 1, 16타점, 19삼진, 12도루, 2병살, 6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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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는 화려함보다 안정감이다!!


호세 리마와 함께 KIA의 우승청부사로 여겨졌던 문제의 메이져리거 중 하나!! 서재응, 최희섭과 함께 시즌 시작하기도 전에 KIA의 우승 분위기 연출에 한 몫했던 발데스..

어쩌면, 거포용병을 포기하고 그를 선택하게 한 최희섭효과의 가장 큰 피해자일수도!!

그래도 평균은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의욕과 열정이 넘쳐 열심히 하는 모습은 참 좋은데, 프로에서 그것들은 그저 양념일 뿐, 중요한 건 유격수로서 내야진과 투수에게 안정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뛰는 동안 2할대 초반을 멤돌던 타율도 무척 답답했지만 중요한 순간 맘이 앞선 수비로 47경기에서 6개의 실책을 범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죠.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기습번트.. 그거 몇경기 지나니까 상대팀들 3루수들 죄다 간파했더만 ㅠㅠ

KIA 김선빈과 롯데 뼈기혁(박기혁)이 경합했지만.. 역시 기대치 대비 결과에서 발데스 선정!!




외야수 돌든 글러브 한화 이글스, 덕 클락
규정타석 타율 중 밑에서 4번째 기록인 타율 0.246기록, 22홈런(4위), 79타점(8위), 96득점(2위), 25도루(9위), 78삼진(9위) 등 비교적 준수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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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크레이지모드는 도데체 어디로..

시즌 중반까지만해도 제이 데이비스를 떠올릴, 아니 잊게할 정도로 복덩어리였던 클락, 타점머신, 호타준족, 역대 용병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중반 이후 무릎부상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복덩어리에서 졸지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클락!!

그의 성적 하락세와 한화의 성적 하락이 동반 곡선을 그릴 정도로 그의 부진은 한화의 근심 그 자체였습니다.

용병으로서는 4번째로 20-20클럽에 가입하긴 했지만.. 부상이 휩쓸고 간 부진의 늪을 완전히 덮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서글서글하고 순둥이같은 성격으로 장타와 빠른 발, 강한 어깨를 겸비해 타구단팬들에게도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서 롱런할 수 있을것만 같았는데.. 시즌을 마친 후 퇴출 되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놈의 부상만 아니었어도..ㅠㅠ






외야수 돌든 글러브 LG 트윈스, 이대형
타율 0.264, 0홈런, 33타점, 71득점(12위), 63도루(1위), 80삼진(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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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보다 먼저 나가는 앞다리는 도데체 어쩔거냐..

성적으로 보면 톱타자로서 준수하지만 톱타자로서 삼진수가 60개로 리그 6위라는 성적과 안타 중 적지 않은 비중이 배트보다 빨리 나가는 앞다리로 만든 내야안타라는 점이 돌든 글러브 수상의 주요 요인입니다.

이건 뭐, 좌타자가 빠른 발을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타격밸런스가 무너질 정도로 앞다리가 벌어져 나가는데, 그것만 고치면 곧 대성할 선수로 보여집니다.

한화 추승우와 심하게 경합했으나 역시 기대치 대비 성적에서 이대형선수가 좀더 아쉬운 부분이 많아 선정되었습니다!








외야수 돌든 글러브
 KIA 타이거즈, 채종범

타율 0.197, 4홈런, 16타점, 33삼진, 4병살, 1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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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감독때문에라도 성적이 좋았어야 했던 몹쓸 운명..

어쩌면 그도 피해자.. SK 김성근 감독의 KIA 조범현 감독을 향한 끈끈한 제자사랑의 피해자일수도..

김형철, 이성우는 그저 양념일 뿐, 전병두의 실질적인 맞트레이드 대상!..

사실 전병두를 보낼 당시만해도 전병두가 미완이긴 하지만 병역면제인 좌완 파이어볼러의 가치 때문에 트레이드 결과로 인해 엄청난 맘고생을 할 수 밖에 없었죠.

매경기 홈런을 날린다해도 불만꺼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던 KIA팬들의 시선이 그의 타석 하나하나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를 받아준 조범현감독때문에라도 그의 성적이 평균이상은 되었어야하는 몹쓸 운명...

암튼 채종범에겐 올해가 또다른 기회이자 시련의 한 해였을 것 같습니다.






지명타자 돌든 글러브 롯데 자이언츠, 마해영
타율 0.153, 2홈런, 8타점, 13삼진, 4병살, 1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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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자는 늘 아름답기만 할까?

LG에서 방출된 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을 당시만 해도 마해영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따뜻했습니다.

지명타자나 교체선수로 타석에 들어선다고 해도 그의 스윙 하나, 뜀박질 하나에 많은 롯데팬들은 롯데 전성기를 기억할 수 있는 프렌차이즈 스타의 귀환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았지요.

비록 성적은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했지만, 8년만에 가을잔치의 꿈을 이룬 고향팀에서 영광스런 은퇴를 했다면 선수로서 매우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선수로서 은퇴는 꼭한번 맞닥드려야 할 운명과도 같지만, 명예롭고 영광스런 은퇴를 맞이하는 선수는 드물죠.

명예롭고 영광스런 은퇴를 야구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맞바꿔도 후회없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시즌 종료 후 고향팀 롯데에서도 방출되어 현재로선 국내에 받아 줄만한 팀은 없을 것 같고, 대만쪽을 알아본다고 하니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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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골든 글러브가 아닌 돌든 글러브 수상자를 뽑아보니 모두 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린 선수들인 것 같네요. 그만큼 더욱 잘하기를 바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의 재미를 위해 매우 주관적인 견해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점 양해를 해주시고요.. 위 선수들 모두 2009년에는 돌든 글러브 대신 진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prek
:

[관련기사 : 야구 사인 훔쳐야 산다?]

지난 주 LG:KIA와의 광주 경기에서 일어난 임준혁과 이대형의 충돌 사건이 싸인 훔치기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흘러나왔었다.

여느 충돌 사건과는 다른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어 언론사들의 가타부타 별다른 코멘트가 없는 상황에서.. 야구에서 싸인 훔치기가 어느정도는 플레이 수준을 높인다는 매우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싸인 훔치기 논란에 대해 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싸인 훔치는게 뭐가 큰 문제냐.. 뺏긴 놈이 잘못아니냐? 라고 말하는 일부 네티즌들을 보면.. 그 사람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의심하게끔 만든다.

위 기사의 기자는 싸인캐치에도 적극적 싸인 캐치와 소극적 싸인캐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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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싸인을 훔쳐 우리팀 플레이에 반영하는 것은.. 남의 시험지 답안을 컨닝하는 것과 다를게 뭔가?

대놓고 베껴쓰는것이 적극적인 것이고.. 고개 돌리지 않고 시선만 살짝 돌려 답안을 보는 것이 소극적이란 말인가? 적극적이면 비난받을 수 있지만 소극적이면 그냥 내버려둬도 된다??

싸인을 뺏긴 쪽을 무능력하다고 그러고 훔친 쪽을 오히려 능력자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들인가 의심스럽다.

밤길가는 사람 적극적으로 두드려패서 지갑뺏으면 쳐넣어도 되는거고, 털끝 하나 안건드리고 언제 빼갔는지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소매치기 해가는 것은 유야무야 넘어가도 괜찮다는 건가???

그리고 그런 현상을 옹호하고 감싸주며.. 오히려 당한 쪽이 병X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히긴 한건가??

상대의 작전을 간파하고 전력을 분석하는 것은 선수의 버릇이나 감독의 성향.. 작전의 패턴 등 과거의 통계 데이터를 보며 연구하고 유추하여 작전에 반영하는 것이 정석이다.

야구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양팀 벤치가 서로 노림수를 던지며 수싸움을 하는 것인데.. 싸인 훔치기는 수싸움과 전면 배치되는 도둑질에 불과하다.

치열한 수싸움속에서 노림수가 맞아 들어갔을 때 진정으로 플레이의 질적 수준을 향상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시험 중 컨닝과도 같은 싸인 훔치기가 어떤 면에서 플레이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 기사를 쓴 기자나.. 거기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Posted by prek
:

지난 5월 18일 광주 LG:KIA 경기에서 벌어진 이대형과 임준혁선수의 몸싸움을 가지고 말이 많습니다.

경기는 11-2로 KIA가 크게 뒤지고 있고..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하여 강우 콜드게임 선언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나온.. KIA 투수 박정태의 빈볼성 사구.. 더욱 논란이 됐던건 빈볼을 던진 박정태가 아닌 불펜의 임준혁이 이대형을 밀쳐 넘어트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대형이 포수싸인을 훔쳤다"라는 기사가 나면서 이대형의 싸인 훔치기에 대한 보복성 빈볼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빈볼과 아무 관련없는 임준혁이 왜 이대형을 밀쳤는지도 의문이 풀리는가 싶었죠. 그런데 이와 관련된 두 기사는 올라온지 몇분 지나지 않아 삭제되어.. 사건의 진위가 오리무중이 된 상태입니다.

이대형은 정말로 포수의 싸인을 훔쳤을까요? 그리고 포수의 싸인은 어떻게 훔치는 것이며.. 주자는 왜 포수의 싸인의 훔쳤다고 오해를 받는 것일까요??




포수의 싸인은 어떻게 훔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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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다른 스포츠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수신호가 있습니다. 코칭스텝과 선수, 선수와 선수간에 주고받는 싸인인데요. 공격 방법을 지시하기 위해 주루코치가 보내는 싸인과.. 투수와 포수가 구종과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 주고 받는 싸인이 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루 주자로 나간 이대형이 포수의 싸인을 훔쳐.. 타자에게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루상의 주자는 포수의 싸인을 어떻게 훔칠까요?

포수의 싸인을 훔친다는 얘기는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움직임을 판독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포수가 내는 싸인이나 주루코치가 내는 싸인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현란한 동작이 많지만 대부분 아무 의미없는 동작이 많습니다. 어느 부위를 터치 후 다음 나온 싸인이 진짜다 라는 약속과.. 몇 번째 내는 싸인이 진짜다 라는 약속 이런것만 맞추고 싸인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벨트를 만진 다음 싸인이 진짜다라고 사전에 약속되어 있다면.. 앞에서 현란하게 하는 동작은 모두 가짜이고 벨트 만진 후 내는 싸인이 진짜라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포수가 내는 싸인 역시.. 싸인 내는 순서로 진짜 가짜를 구분하거나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이런 약속은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바뀝니다.

그러므로 2루 주자가 포수의 손가락 싸인을 판독하여 구종과 방향을 알아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대신에 루상의 주자는 포수의 위치와 앉는 자세를 보고 구종과 방향을 예상하여 타자에 알려주는 형태로 싸인을 훔치는 것입니다.

포수들은 싸인을 낸 다음 타자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옮겨 앉기 마련인데.. 이것을 보고 몸쪽 공인지.. 바깥쪽 공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수가 바운드 블록킹을 준비하는지 아닌지를 보고..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구요. 직구 싸인을 냈다면 발바닥을 고정시켜 앉을 것이고.. 변화구 싸인을 냈다면 바로 블로킹 자세가 될 수 있도록 살짝 뒷꿈치를 들어 앉는다던가 이런 식이죠.

타자는 몸쪽 공인지 바깥쪽 공인지만 알아도.. 땡겨칠지 밀어칠지를 결정할 수 있고..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만 알아도 타격 타이밍을 잡는데 매우 유리합니다.

사회인야구에서도 비선수출신 팀이 많은 팀과의 경기에서는 종종 2루 주자가 이런 식으로 싸인을 훔쳐서 경기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선수출신이 많은 팀은 이런 식의 싸인 간파를 항의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 루상의 주자는 모든 행동을 의심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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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상의 주자가 싸인을 훔쳤다면 타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소리를 질러서 할 수는 없으니.. 몸동작으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루상의 주자는 모든 행동을 의심 받아야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루상의 주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1) 타자가 주루코치의 싸인을 본다.

(2) 타석에서 타격자세를 취한다.

(3) 포수가 투수에게 싸인을 낸다.

(4) 포수가 자리를 잡고 포수 미트를 내민다.

(5) 투수가 주자를 쳐다보며 그립을 잡는다.

(6) 공을 던진다.

이런 과정 중 (3)~(6)번 사이에 루상의 주자가 반복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포수가 투수에게 싸인을 낸 후.. 몸쪽, 바깥쪽에 따라 자리를 살짝 이동해서 앉게되죠. 이 순간 루상의 주자는 타자에게 몸쪽이다 바깥쪽이다라는 것을 사전에 약속된 신호로 보내는 것입니다.

투포수가 싸인을 주고 받기전에 무슨 행동을 하든 그건 싸인이 나기전이니 오해받을 소지도 없습니다.

하지만 투포수 싸인 교환이 끝나고.. 포수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루상의 주자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건 습관이나 무의식중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싸인 교환이 끝나고 공 던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주자는 리드폭을 잡고 자세를 충분히 낮춘 후 타격에 따라 뛸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 보통은 양발을 넓게 벌리고 팔은 늘어트린 자세가 나오는게 일반적인데.. 스킵하는 동작에서 손으로 가슴을 툭 친다거나.. 헬멧을 만지는 동작은 당연히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주자가 싸인을 훔쳤다고 의심을 받는 것은.. 무슨 동작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싸인 훔치고 빈볼을 던지는 건 정당한가?

싸인을 훔쳐 득점에 성공했건 못했건.. 또는 팀이 승리했건 못했건간에 싸인을 훔쳐보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고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됩니다.

몇 년 전(2003년? 이었던가..)에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투포수간 싸인이 길어져서 전체적으로 경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싸인을 간소화하는 대신 루상의 주자가 싸인을 훔쳐보는 것을 하지말자는 약속을 8개구단이 모두 모여 합의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약속이 없었더라도.. 싸인을 훔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야구에서 통용되는 몇가지 불문율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불문율을 어겼을시 빈볼 등으로 응수하는 것은 불문율에 대한 동의만큼이나 야구선수나 감독들간에는 암묵적으로 동의된 룰입니다. 다만 상대가 납득할만한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어야겠지요.




정말 이대형은 포수 싸인을 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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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빈볼과 관련해 3개 정도의 기사가 올라온 것 같은데.. 모두 '~했다더라'식의 근거가 부족한 기사뿐입니다.

야구팬들 역시 응원하는 팀 위주로 해석하여 근거와 논리가 부족한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대형이 정말로 싸인을 훔쳤는지 안훔쳤는지는.. 그리고 그로 인해 빈볼시비가 불거졌다면.. 영상으로 저장된 그동안의 경기내용을 판독해보면 될 것입니다.

이대형이 2루주자로 있을때의 타자 타율과.. 특정시점에서 이대형이 반복적으로 비슷한 몸동작을 하는지.. 이대형 몸짓과 볼의 방향, 타격결과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를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이슈를 만들기 위해 뜬구름 잡는 기사를 쓰는 것보다 좀더 확실한 정황을 파헤칠 수 있는 기사가 될테니까요.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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