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한국시리즈가 SK의 2년 연속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회사일이 바빠 한경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질 못하고 중간중간 끊어서 봤네요.

하지만 시리즈 전적과 스코어, 각종 기록 등으로만 봐도 두산이 정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패한 것 같아 두산선수들이나 팬들은 매우 아쉬울 것 같네요. 게다가 원정에서 1승 1패 후 홈에서 3패라니... 뒤끝이 가히 게운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매 경기마다 팽팽한 점수 스코어를 기록하긴 했지만, 시리즈 내내 답답하리만큼 침묵을 지킨 두산 중심타선의 슬럼프가 시리즈를 허무하게 끝나버리게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4차전이나 5차전을 승리하여 시리즈를 6차전 이상으로 끌고 갔다면 두산의 기적같은 역전 우승도 바라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이번 2008 한국시리즈에서는 잘한 선수보다 부진한 선수가 더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아마때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해 이제 20살의 나이로 올시즌 타격 3관왕을 거머진 김현수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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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불방망이를 뽐냈고.. MVP후보로 거론되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한단계 성숙했을 것이라 믿었던 김현수의 슬럼프가 하필이면 한국시리즈 기간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병살타, 그리고 오늘 벌어진 5차전.. 운명의 장난처럼 또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죠.
 
그의 이번 시리즈 타율은 0.500가 아닌 0.050...

9회말 1아웃, 주자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선수 위로 이승엽선수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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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지겹게 그를 괴롭히던 슬럼프를 일본전 투런포로 날려버리고 결승전에서도 선제 솔로홈런을 쳤던 이승엽.. 일본전에서 홈런을 친 뒤에는 그동안의 맘고생한 설움이 복받쳐 인터뷰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죠.

일본전 홈런이 있기전 이승엽선수가 "어떻게 하면 안타를 칠 수 있냐"고 물어봤다는 선수가 바로 김현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김현수선수가 베이징의 이승엽선수와 같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것이죠.

베이징의 이승엽처럼 김현수선수도 극적인 안타로 그간의 부진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매우 긴장되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의 이승엽과 같은 환희와 영광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관(弱冠)의 나이에 타격 3관왕에 오른 김현수는 상대팀 선수들의 우승 환호성을 들으며 펑펑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토록 바라더 우승이 자신의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멀리 날아갔다는 생각이 한동안은 머리속을 떠나질 않을 겁니다. 그러나 쓰디쓴 패배의 아픔이 달콤한 승리의 기쁨보다 더 김현수선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현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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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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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에서 재기를 꿈꾸다 조용히 은퇴한 정민태선수가 기아의 어린 투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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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쓴소리는 비단 기아 투수들을 향해서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칭스텝.. 더 넓게는 프런트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팬이 선수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야구장뿐이니..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의 생활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정민태가 하는 말을 전부 무시하지는 못하겠다.

선수생활 은퇴 후 코치 자리를 알아 보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발언은 자기무덤을 판 꼴일 수도 있다.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선후배 위계질서가 우선인 우리나라 운동선수 집단에서 "따끔한 충고"보다는 "건방진 발언"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말 건방진 것인지.. 아니면 "어디 감히.."라는 생각에 그렇게 폄하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정민태가 현실을 똑바로 보고 용기있는 발언을 했거나.. 눈치가 없거나.. 둘 중에 하나일테지만.. 작년과 올시즌 기아야구의 한심하고 처참한 모습을 지켜본 나로서는 전자쪽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매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각종 야구전문가들은 각양각색의 분석과 근거를 바탕으로 그 해 시즌의 판도를 예상한다.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각팀의 전력과 예상 성적을 분석한 글이 올라오게 마련이다.

기아는 그때마다 늘 4강후보로 거론된다. 그놈의 V9라는 타이틀과 후광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명가재건(名家再建)"

올시즌 시작전 이런 설레발은 그 어느 시즌보다 특히 심했다. 나 역시 설레발을 감추지 못했다.

서재응, 최희섭이라는 연고지 출신 메이저리거가 가세하여.. 전력상승과 더불어 흥행까지 잡을 수 있을 줄 알았고.. 용병인 리마와 발데스는 메이저리거 4인방의 이슈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심하게 말해 시즌 전 분위기는 4강을 넘어 이미 우승한 분위기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을 정도...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나..

서재응.. 부상만 없었더라면..
최희섭만 제 역할 해줬더라면..
발데스가 제 역할 해줬더라면..
리마가 좀 더 잘해줬더라면..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세상에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써서 우승못할 팀이 어디있나..
지금 기아타이거즈의 전력을 보면 향후 3년은 하위권 예약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투타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나.. 유망주가 보이질 않는다.

윤석민, 이범석 등 영건이 빵빵하다고?
글쎄.. 이 정도 영건이나.. 에이스는 다른 팀들도 거의 매년 배출되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지 않나..?
임준혁, 양현종, 문현정, 유동훈?? 이들이 리그 상위권 중간계투진이던가..

그렇다고 타선에 짜임새는 어떤가..
굳이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세대교체에 성공한 삼성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몇 년간 세대교체가 정체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지완, 김선빈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가능성은 그저 확률과 예상일 뿐.. 신뢰할만한 수준은 못되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

엘지의 '신바람야구'만큼이나 식상해진 그놈의 V10, V10..

그렇게 외쳐대는 V10의 10이라는 숫자보다.. 한국시리즈에 나가보지 못한 햇수가 벌써 11년째라는 사실은 알고 있나..

1997년 해태타이거즈 이름으로 우승한 이후... 11년 동안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기아타이거즈가 유일하다.

11년동안이나 정체되어 있는 V10좀 마케팅에 그만 사용하자.. 시카고컵스 "염소의 저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이건 거의 저주에 가까운 아홉수다.

매년 V10을 외치는 것도 이제는 좀 창피해진다.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만 떠올리고 있을텐가..
언제까지 지난 날의 타성에 젖어 헤어나오질 못할텐가..

20년 넘게 타이거즈 야구를 응원하고 있는 팬이지만..
솔직히 요즘 드는 심정은 구단과 팬들의 설레발이 타이거즈 야구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들에게서 투지와 열정을 찾기란 2MB에게서 개념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
심판의 어이없는 스트라익 판정에 억울하고 분해하며 항의하는 타자도 없고..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공을 뿌리는 투수도 없다.

(굳이 찾자면.. 이용규와 이범석 정도)

선수들에겐 코치스텝의 기술적인 면의 지도와 더불어 동기부여와 목표설정, 심리적 안정감 등도 함께 중요한데.. 기아는 그런 것이 부족해보인다.

2009시즌 캐치프레이즈에도 어김없이 "V10"이라는 문구는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아타이거즈에게 "V10"은 영광스런 타이틀이 아닌 11년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한 묵은 숙제로 선수와 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뤄야 할 목표가 아닌 풀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목표는 꾸준히 정진하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겠지만.. 과제는 당장 해결해야하는 짐같은 뉘앙스다.

"V10"의 굴레는 팬들에겐 과대포장된 기대감을 주고, 코칭스텝과 선수들에겐 영광스런 타이틀이 아닌 풀어야 할 숙제로 인식 될 뿐이다. 이루지 못한 햇수가 더해 갈수록 자괴감만 커지고 있다.

지금의 기아 선수들에게 선배들의 영광과 감동을.. 자랑거리와 추억으로 기억하게 하지 못하고.. 짐으로 짊어지게 해버린 건 아닐까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고개들고 다시 뛰자 호랑이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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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2연패 후 파죽의 4연승으로 2007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더군요. 홈 어드벤티지를 살리지 못하고 1, 2차전을 모두 패했을 때 4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을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3차전부터 보여준 SK의 경기력은 페런트레이스 1위다운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SK나 두산팬이 아니어서 두팀 모두 응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SK를 좀더 응원하는 입장이었는데.. 창단 이후 우승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과.. 프런트의 팬을 위한 열린 운영 등 다른 구단이 본받아야 할 여러가지 좋은 모습때문이었습니다. 투자를 하고 많은 신경을 기울인 구단이 우승을 해야 다른 구단에게도 본보기가 될것이라는 생각입니다.

2연패 뒤 4연승 우승이나.. 창단 후 첫 우승, 노장들의 활약 등 여러가지 이슈를 낳은 2007년 한국시리즈의 이슈 중 또 하나를 고르라면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수수한 모습도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그룹이 소유한 프로팀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최태원 SK회장이 이슈가 된 이유는 일반적으로 본부석이나 관계자석에서 야구장과 어울리지 않은 양복차림에 3~4명의 수행원에 둘러싸여 권위적인 모습으로 야구를 관람하던 다른 그룹 총수들과는 달리 관중석 한가운데에서 일반 팬들과 뒤섞여 응원을 한 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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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SK모자를 쓰고 '인천 SK'라는 응원수건을 들고 있는 최태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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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주변을 보면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네요. 혼자 응원하고 있는 듯.. 주위 사람들도 전혀 의식을 못한 것 같네요.



수천억대의 재산과 수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야구모자에 면티, 야구잠바를 입고 응원석 한가운데 앉아서 경기를 관람한다는게 현재까지의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최태원 회장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꾸며진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비가 내렸던 잠실 3차전을 포함하여 3~4차례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설령 계산된 행동이라 할지라도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되고 또 보는 이들로 하여금.. 'SK회장' 최태원이 아닌 '야구팬' 최태원의 모습으로 더 많이 비춰졌을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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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치뤄진 3차전에도 비를 맞으며 경기를 보고 있는 최태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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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우승을 결정지은 6차전 경기를 보고 있는 최태원 회장



저는 이런 최태원회장의 모습이 매스컴에 잘 보이기 위해 꾸며진 모습이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야구명문 신일고 출신이는 것이 야구를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하고.. 다른 기업총수들에 비해 비교적 젊기 때문에 그만큼 사고도 열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저도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를 나와서 느끼는 거지만.. 재학생때는 물론이고.. 졸업 후 동문이 되어 느끼는 모교 야구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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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직후 우승기념 티셔츠를 함께 입고 선수단과 기념촬영하는 최태원 회장. 얼핏 살찐 배칠수씨와 닮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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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SK 최태원 회장의 파격적인 모습이 다른 그룹의 총수들.. 그리고 프런트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었으면 하고.. 팬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구단 운영과 발상의 전환을 가져와서.. 더욱 발전하는 한국프로야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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