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butterfly effect]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양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

나비효과 만큼은 아니지만 프로야구판에도 이에 버금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시즌 FA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한 FA 정성훈 effect가 그것입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의 이적은 이적에 관여된 두 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대부분은 선수를 영입한 쪽이 그 효과의 수혜자가 되지만.. (때론 피해자가 되기도 하죠.) 이번 경우는 세개의 팀에서 동시에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LG, 해묵은 恨을 풀어준 보물, 정성훈

근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LG는 작년 시즌 김재박 감독을 영입한 뒤 재도약을 노렸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올시즌 FA자격을 얻은 SK 이진영과 히어로즈 정성훈 둘다 잡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성적만 본다면.. LG가 지금껏 FA영입이나 트레이드로 손해봤던 것을 한번에 보상받을 수 있을만한 결과라고 보여지는데요.

안정된 수비와 함께 중요한 순간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정성훈선수는 경기 내외적으로 팀의 활력소가 되어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LG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LG가 정성훈을 영입한데에는 타격도 타격이지만.. 우선은 안정된 3루 수비가 관건이었죠.

2000년대 들어서 LG의 3루는 이종열, 홍현우, 박기남, 김상현, 안상준, 안재만 등등 많은 선수들이 거쳐갔지만 누구하나 구단과 팬이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죠. 하지만 정성훈이 아쉬웠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KIA, 팀도 기쁘고 선수도 기쁜 복덩어리 김상현

LG는 이적해 온 정성훈이 준수한 활약을 보여줌에 따라 몇 년간 공을 들여 키워온 김상현선수에 대한 미련과 쓰임새는 점차 줄어들었죠.
 
내야의 완성된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 KIA와 옥스프링, 박명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4~5선발급 투수를 원하던 LG가 서로 요구하는 바가 맞아떨어져 LG 김상현과 박기남을 묶어 KIA 강철민과 트레이드가 성사되었습니다.

마침 KIA는 이현곤과 안치홍 등이 3루를 번갈아 보고 있었고 최희섭의 뒤를 받쳐 줄 5번 타자감도 필요하던 때 김상현을 영입하게 된 것이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김상현을 3루수, 5번 타자로 기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꽉 닫혀있던 봉인이 풀린 것인지.. 최희섭과 함께 팀 공격의 선봉장으로 100%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적 한달만에 29타점을 올리고, 팀내 타점 1위를 달리는 등 김상현이 가세한 뒤의 KIA 성적이 14승 9패 1무인 것만 봐도 그의 활약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비가 불안한 면이 없진 않지만.. 3루수로 꾸준히 출장해주면서 내야 포메이션의 다양화와 경기 후반 대타, 대주자 기용에도 숨통을 트여 주고 있습니다.





히어로즈, 30-30클럽까지 넘볼 수 있는 호타준족으로 성장한 황재균

정성훈이 떠나버린 히어로즈의 내야에서는 황재균선수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20도루-20홈런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격수와 3루수, 때로는 2루수를 오가던 황재균선수는 작년 말부터 붙박이 유격수로 고정된 후 작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성적은 38경기 출장 타율 0.322, 21타점.. 특히 10도루, 8홈런을 기록중이여서..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이와 같은 활약이 계속된다면.. 20-20클럽은 물론이고 30-30까지도 노려볼만 할 것 같습니다.

정성훈이 떠나서 아쉬울 법도 한 히어로즈지만, 황재균, 강정호 등 신예들의 성장으로 충분히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트레이드로 인해 어느 한쪽만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처럼 다수의 팀이 혜택을 누리고, 선수의 감춰진 기량을 재발견하기도 합니다.

정성훈선수가 LG로 이적하지 않고 계속 히어로즈에 남았다면, 또는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면.. 김상현선수의 KIA 이적도 없었을 것이고, 그의 기량이 세상에 보여지지도 못했겠죠. 황재균선수도 마찬가지구요. 나비효과에 버금가는 '정성훈 effect' 라고 불러볼만 합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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