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진로가 KT의 인수 후 창단쪽으로 매듭지어질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 늦게 곧 매각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또다시 농협, STX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야구팬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자정 가까운 무렵, 대상 기업이 KT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인수 대상 기업의 규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KT라는 사실에 최소한 농협이나 STX같은 사태는 없겠구나 하는 안도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며.. KT가 위기의 현대유니콘스와 프로야구를 구해줄 것만 같은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 공식 기자회견 후 구체적인 인수내용이 공개된 후 반응은.. 너무 헐값에 많은 것을 양보한 협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프로야구에 새롭게 뛰어든 KT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많은 팬들도 거저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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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인수하여 재창단하겠다는 KT는 인수대금없이 KBO에 기부금형식으로 60억원정도를 납부할 것이라고 확인되고 있는데.. 이 금액은 1996년 현대가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당시 대금 430억원, 2000년 SK가 신생팀으로 창단할 당시 KBO에 납부한 가입금 250억원에 많이 못미치는 금액입니다. 또한 서울 입성시 기존에 서울을 연고지로 한 두산과 LG에 대한 보상금도 제외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고의 시장성을 갖춘 '서울'이라는 연고지에 무혈입성하고 김동주의 몸값에도 못미치는 60억이라는 기부금과 50억원을 들여 목동구장까지 개보수해주는 조건 등등.. 내용만 보면 '제발 인수좀 해달라'고 부탁한 수준으로밖에 안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열을 낼게 아니라.. 이런 굴욕에 가까운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프로야구계의 현실과 안밖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11년만에 400만 관중을 달성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과거의 인기를 되찾은 듯 보였습니다만.. 이게 프로야구 자체의 능력만으로 이룩한 성과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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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나 올림픽같은 큰 국제행사가 없었던 점.. 해외파 선수들의 부진으로 자연스레 국내 프로야구가 주목을 받은 점.. 시즌 초반 롯데 엘지 등 대형 구장을 가진 팀들의 반짝 인기와 막판까지 치열했던 중위권 경쟁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규모가 커진 면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웹의 발달과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으로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채널이 늘어나면서 프로스포츠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매년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과 입장수익 외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 수백억의 적자를 기록하는 프로야구단 운영의 비효율성 등으로 이제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인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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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프로야구단을 인수해주겠다는 것도 사실 감사해야할지 모릅니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위치와 비중이 위축되었고 초라해진 슬픈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또 서울에만 3개팀이 연고를 두게 되고 인천의 SK까지 포함하면 수도권에 4개의 팀이 몰려 있는 수도권 편중 현상 또한 프로야구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대변해 줍니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참여하여 8개구단 체제가 된후 17년째 9구단, 10구단의 창단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있는 이유도 이런 기형적인 구조와 성장이 원인일 것입니다.

내년 시즌 KT의 프로야구 참여로 현대 유니콘스의 공중분해와 7개구단 운영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기형적인 구조와 성장이 고착화된다면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한국 야구의 경기력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워 질 것입니다.

언제부터 프로야구가 8개구단이 운영되는 것에 대해 안도하는 처지가 되었는지.. "서울 연고"라는 최고의 특혜에도 불구하고 제발 운영해달라고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는지.. 선수 한명의 FA 몸값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팔려나가는 현실에 대해 슬퍼하며..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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