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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7 '리더'가 절실했던 WBC 한국 대표팀 (對 일본) 6

어제 대만을 9-0으로 누르고 산뜻한 출발을 보였던 WBC 한국대표팀이 일본과의 1라운드 두번째 경기에서는 14-2. 7회 콜드패라는 치욕를 당하고 말았네요.

지난 1회 대회에서 우리에게 두 번이나 패하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역시 두 번이나 패하며 노메달로 자존심을 구겼던 일본이.. 그동안의 수모를 보기좋게 되갚아주었군요.



■ 1회에 이미 분석당한.. 교체 타이밍이 아쉬웠던 김광현

선발 김광현의 구위는 나빠보이지 않았습니다. 직구에 힘이 있었고 코너웍도 좋아보였지만, 철저하게 슬라이더만을 공략한 일본 타자들에게 3실점하며 기분 나쁜 출발을 보였죠.

이번 WBC가 개막하기 전 일본의 모 프로그램에서 김광현을 분석하여 방송한 적이 있었죠. 올림픽때 김광현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낸 아오키는 높아 보이는 슬라이더를 노리는 것이 김광현을 공략하는 법이라고 인터뷰했는데, 오늘 일본 타자들은 직구나 직구처럼 보이는 슬라이더는 모두 버리고 철저하게 높게 보이는 슬라이더만을 공략하였습니다.

무라타에게 3점 홈런을 맞은 김광현



김광현의 1회 3실점은 몸이 덜 풀렸거나 구위가 오르지 않아 실점한 점수가 아닌 분석당한 상태에서 실점한 점수이기 때문에.. 투수 교체 타이밍을 좀더 빠르게 가져갔더라면 이 후 대량실점을 막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라타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점수차가 8-2로 벌어진 오늘 경기는 이 홈런 한방으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무라타에게 홈런을 맞은 구질 역시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였습니다.

이후 경기양상은 일본의 공격연습과 한국의 수비연습... 중국전에서의 무기력함은 온데간데 없이.. 배팅볼 치듯 안타를 때려내는 일본선수들에 비해.. 패배감과 무기력함에 휩싸인 우리 선수들의 처진 어깨가 너무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 선수단을 이끌 정신적 '리더' 부재의 아쉬움

투타에서 '리더'의 부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야구 한일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제 기량의 200%이상을 뿜어낼 수 있는 정신력과 어떤 순간에도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여왔는데.. 그 중심에는 구대성이나 이승엽, 김동주, 이종범같은 기둥같은 리더들이 있었습니다.

1회 WBC때도 그랬고, 베이징 올림픽때도 그랬듯이, 필요한 순간 필요한 위치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오던 큰형같은 존재들이 없다는 사실이 무라타에게 3점 홈런을 맞아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이제 2회밖에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추격의지를 상실하고 경기를 포기해 버리게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3회 이후 우리 선수들의 얼굴에서 경기를 뒤집어보겠다는 의지나 악으로 깡으로 덤벼보려는 투혼 모두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다 세대교체가 되는 과정 중 겪어야 할 시련일 것이고 그 해답은 앞으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가야 할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내야 하겠지요. 언제까지 이승엽, 김동주에게 의지할 수 만은 없을테니까요.

우리 선수들, 오늘 일본에게 치욕스런 콜드패를 당하긴 했지만 아직 대회가 끝난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두번이나 지고도 WBC 초대 우승을 한 일본도 있듯이 14-2로 패하나 1-0으로 패하나 똑같은 1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내일 중국을 이겨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뒤, 월요일 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게 오늘의 수모를 보기 좋게 앙갚음 해주길 바랍니다.

오늘 당한 수모, 꼭 기억해뒀다 다음엔 꼭 웃을 수 있도록 합시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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