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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4 '이것이 야구다!', 베이징올림픽 예선 vs 미국戰

야구명언 중에 요기 베라가 말했던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죠. 오늘 베이징 올림픽 예선 첫 경기로 벌어진 對 미국과의 경기는 정말 이말이 딱 들어 맞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WBC 일본전때 이승엽의 투런홈런과 이종범의 역전 2루타때 느꼈던 짜릿함을 오랜만에 느껴 본 것 같습니다.

종종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 더 극적인 시나리오의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놓고 역전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공격에서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던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 오늘도 '봉타나', 봉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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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전 선발 '봉타나' 봉중근

미국전 선발은 예상했던대로 봉중근선수였습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의 경험과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봉중근 외에는 미국을 상대로 선발을 고르기가 마땅치 않았죠.

1회초 1실점하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하였지만, 그 후 잘막으며 적시적소에서 터지는 삼진은 미국팀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초 3이닝만 막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4회 1사까지 잘 막고 내려와 불팬진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이어 등장한 미국킬러 정대현은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5타자 연속 삼진 등 특급 마무리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허구연해설위원이 해설도중 봉중근선수와 나눴던 얘기를 해주었는데.. 미국전에 자신있냐는 질문에.. 봉중근선수가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제가 메이저리거였을때, 쟤들은 마이너였어요!"

서재응선수와 함께 낙천적이고 열정적이고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자신감이 오늘의 호투를 가져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 '논산거부포',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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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런임을 직감한 이대호 (출처:연합뉴스)

대표팀 최종명단이 확정될쯤부터 시작된 이대호의 부진은 대표팀의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올스타전을 앞두고 서서히 살아나더니 네덜란드,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제대로 감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6~7월에 겪은 슬럼프가 오히려 올림픽기간 중 타격상승세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당분간 이런 사이클이 계속된다면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대호는 비교적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군입대 대상자입니다.

그래서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매우 절실합니다. 메달을 따야 군면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위선양이 첫번째일 것입니다.

경쟁자였던 김태균이 탈락한 이유 중에 이대호가 군미필인 이유도 있었듯이.. 그에게 거는 코칭스텝의 기대나 팬들의 관심은 남다릅니다.

그런 기대에 호응이라도 하듯.. 자칫 미국에 끌려갈 수도 있었던 경기 분위기를 투런포 한방으로 뒤바꿔 놓았습니다.

그 투런포는 군면제를 절실하게 갈망하는 이대호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이대호 본인이나 팀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유쾌한 '병역브로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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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루타 치는 이승엽 (출처:OSEN)

자신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는 중개인을 뜻하는 '브로커'가 워낙 질나쁜 사기사건 등에 등장하다보니 '브로커'라는 말을 쓰기가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게다가 '병역브로커'라면 징병제인 우리나라에선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요..

하지만,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승엽만큼은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이끌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더불어 성적에 따른 병역 면제 혜택의 기회까지 가져다 주는 유쾌한 '브로커'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시즌 내내 2군에서 생활하며 맘고생도 많았고.. 소속팀에서의 개인 성적도 중요한 시기이지만, 국가대표팀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여 중심타선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이미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로 병역면제를 받은 상황이지만(그전에 신검에서 이미 면제가 됐구요.) WBC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 국대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승엽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그가 타선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상대 배터리의 고민은 천지차이입니다.

상대 배터리의 집중적인 견제는 곧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심타선의 짜임새는 상하위 타선의 고른 활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4번타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이승엽선수의 좋은 활약 기대해 봅니다.




■ 미국의 '스작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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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작가 제프 스티븐스

이기는 경기는 잘 마무리 지으라고 내보낸 마무리투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어이없이 무너져 경기를 망쳐 놓았을때, 그 마무리 투수를 가리켜 '작가'라고 부르죠.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처럼 경기를 극적이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여 붙여지는 별명인데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롯데자이언츠의 임경완과 두산베어스의 정재훈이 각각 '임작가'와 '정작가'로 활약(?) 하고 있죠.

미국의 마무리투수로 올라온 스티븐스 역시 국내의 어느 작가 못지 않는 극적인 마운드 운용 능력을 보여주어 역시 '미드(미국 드라마)'의 작가는 뭐가 달라고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첫타자 대타 정근우에게 2루타를 맞고 이택근에게 내야안타로 동점을 허용하더니 1루 견제실책으로 이택근을 3루까지 보내 결국 희생타로 역전를 허용하고 말았죠.
 
만약 이런 경기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나왔다면 아마 그 투수는 온전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 대타작전의 성공

9회초 어이없게 역전당한 후 마지막 공격에 들어간 우리팀의 타선은 7,8,9번 하위타선이었습니다. 마지막 공격이니 당연히 대타기용이 예상됐구요.

첫 타자 대타 정근우의 2루타부터.. 다음 대타 김현수의 끈질기게 늘어진 끝에 얻어낸 진루타, 그리고 고영민 타석 중간에 들어선 대타 이택근의 동점타까지.. 3명의 대타가 각자의 역할을 200%씩 해내며 동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처음부터 경기에 투입된 것이 아닌 중간에 투입되게 되면 경기흐름을 익히기 쉽지 않은데 낯선 미국투수의 볼을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집중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전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투입되어 경기감각을 익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여전히 불안한 국대팀의 뒷문

'미드'의 스작가 못지 않게.. 우리 대표팀의 뒷문도 매우 불안했습니다. 우리는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두번 있었는데요. 2점차에서 마무리로 한기주가 올라왔을때와 윤석민이 2아웃 2,3루에서 4번타자를 2스트라익 0볼까지 끌고 갔을때 였습니다. 하지만 두번다 실패하여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죠.

한기주가 솔로홈런을 맞은 후 투수교체를 했으면 했는데 연속 2안타를 맞은 후 교체한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노아웃 주자 2,3루에 올라온 윤석민 선수는 특유의 제구력과 절묘한 변화구로 후속타자들을 삼진과 내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짓는가 싶었습니다.

2사 만루에서 4번타자를 2스트라익 0볼까지 잡았을때만 해도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나 했는데..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역전타를 허용하고 말았죠. 볼카운트가 여유 있었는데 조금더 어렵게 가져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승환선수가 쿠바전에서 안좋은 모습을 보인 후 오늘 경기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걸 보니 구위나 몸상태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기주선수 역시 쿠바전에서 홈런을 맞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매우 불안합니다.

미국전을 가까스로 이기긴 했지만, 앞으로 캐나다나 일본, 쿠바와의 경기가 막판으로 갈수록 뒷문이 중요해지는 경기인 만큼.. 뒷문을 보강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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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 재역전 승리의 짜릿함!!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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