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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1 안정환 퇴장, 선수와 관중사이........ 8

2002년 월드컵하면 떠오르는 몇명의 얼굴과 장면들이 있죠. 히딩크감독의 어퍼컷 세레머니, 황선홍선수의 폴란드전 첫 골, 스페인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홍명보선수의 환한 미소 등등..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전 골든골의 주인공인 안정환선수와 반지키스 세레머니입니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질주하는 잘생긴 외모와 세밀한 플레이로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어제 기사를 보니 서울FC와의 2군 경기에서 관중석에 난입하여 서울FC 팬과 마찰을 빚은 사건으로 경기 도중 퇴장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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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접한 네티즌들 역시 반응이 뜨겁습니다. 선수를 향한 팬들의 야유는 늘상 있어왔던 것인데 너무 흥분한 것 아니냐, 경기 도중 관중석 난입이 할 짓이냐고 비난하는 측과 평소 얌전하기로 소문나 안정환선수가 왜 그랬겠느냐고 옹호하는 측으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물론, 전 그 장소에 없었기 때문에 기사를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기사에 달린 댓글과 그동안 일부 서포터즈들의 과격한 돌출행동과 응원문화 등으로 미뤄 보아 안정환선수에게 조금 더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해서 대학생 시절 PC통신 야구동호회에서 일반 회원과 간부로 왕성한 활동을 하긴 했지만 축구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그렇듯 국제경기만 챙겨보는 흔히 말하는 '냄비팬'이기 때문에,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서포터즈와 그들의 응원문화에 대해 왈가불가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친구가 모 PC통신 축구동호회 임원이었던 90년대 중후반 몇 차례 축구장으로 방문했던 짧은 인연으로 감히 말씀드리니 혹시나 축구 서포터즈로 활동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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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딜가나 선수를 향한 관중들의 반말과 욕설은 그전에도 있어왔고 축구라고 더하더나 덜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선수가 경기도중 경기장을 이탈하여 관중과 실랑이를 벌인 적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야구에서 호세선수가 관중석을 향해 방망이를 집어 던진 사건은 있었죠.) 팀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불리한 판정이나 졸전에 대해 물병과 쓰레기통이 여지없이 날라가던 90년대 프로야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사상 유례없는 일인데요.

여러가지 글들을 보니 단순히 안정환선수 기량이나 실력을 폄하하는 수준의 욕설과 비난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정도 였다면 안정환선수도 한 귀로 듣고 넘겼겠지만 안정환선수의 가족을 들먹거리며 인신공격을 한 모양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늘상 따라다니는 말이 '공인으로서'라는 말인데요. 대체 공인이 지켜야 할 자세와 책임과 권한은 어디까지란 말일까요. 안정환선수가 신인선수도 아니고 평소 욱하는 성격도 아닌데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던 안정환선수가 누구보다도 공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세를 잘 알고 있을텐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돌출 행동을 했다는 것은 공인이라는 틀안에 가둬 놓고 압박할 문제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안정환선수가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당시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얘기지요. (갑자기 지단선수의 박치기 사건도 떠오르는군요.)

프로선수가 관중과 팬의 관심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둘의 관계가 상하 또는 주종의 관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프로스포츠도 일종의 서비스라고 볼 때 스포츠가 주는 재미 만큼의 가치를 지불하고 감동과 유희를 제공받는 것이지, 관중이라고 해서 선수보다 위에 있거나 군림할 수는 없는 것이죠.

관중은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며 응원하는 팀을 향해 애정과 열정을 내뿜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팀과 상대 선수에게는 적대적인 행동과 자세를 취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기내용에 대한 것이어야지 경기와 무관한 개인적인 신변과 사생활을 건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응원할 권리도 있지만 지켜야할 선도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선수와 관중 사이에 이런 암묵적인 타협점이 상호간 존재할 때 선수는 좀더 좋은 경기력으로 멋진 장면을 보여줄테고 관중은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얻어가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안정환선수에 대한 상벌위가 열린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네요. 축구나 야구나 좀더 성숙한 관람문화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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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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