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한지도 벌써  29년째가 되었네요.
 
프로야구의 역사는 반세기도 안되지만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WBC에서의 선전, 그리고 올해 600만에 육박하는 592만명의 정규시즌 관중수 등.. 프로야구의 열기와 인기는 미국, 일본에 못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기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에서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척 많은데 출범당시부터 29년째 사용하고 있는 "한국야구선수권"이라는 명칭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와 비교해 우리 프로야구를 얘기할때 "KBO"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KBO는 리그명칭이 아니라 대회를 관장하는 기구의 명칭이지요.

서울 양재동에 있는 KBO 사무실



KBO는 한국야구위원회(Korean Baseball Organization)의 약자입니다. KBO가 주관하는 "한국야구선수권대회"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로야구의 정식 명칭입니다.

1983년 해태타이거즈의 첫번째 우승 당시 들고 있던 한국야구선수권대회 현수막


2009년 KIA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에도 연도만 바뀐 같은 현수막



KBO는 매년 한국야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데 올해는 CJ인터넷이 후원하여 대회이름이 "2009 CJ 마구마구배 프로야구"가 된것이죠.

예전 같았으면 "~~쟁탈기", "~~배"랑 별반 다른게 없는 겁니다. 스폰서 기업이 바뀌면 대회명칭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됩니다.

프로야구의 출범 자체가 자본주의 구조위에서 수익을 실현하는 프로스포츠로써가 아니라 군부정권의 3S정책에 의한 것이었으니 대회의 브랜드나 마케팅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KBO의 초대 총재 역시 야구인이 아닌 82년 당시 반공연맹 서종철 이사장임)

하지만 29년 전과 지금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저는 프로야구 역시 연극, 영화, 뮤지컬과 같은 "공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와 대본이 있는 극에 비유할 건 아니지만 "프로"경기인 이상 쇼비지니스적인 면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KBO와 8개 구단은 매년 관중수를 늘리고 고객 단가를 높혀 매출 및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모기업의 지원에 의해 꾸려가고 있지만 야구에서 발생하는 매출만으로도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KBO와 8개구단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프로스포츠와 쇼비지니스는 불가분의 관계로 리그명칭은 곧 상품을 포장하는 이름과도 같은데 아직도 리그명칭이 없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프로야구의 상업화를 걱정하기전에 상품으로 포장 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인 리그명칭부터 만드는게 우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후에 프로야구 8개 구단의 마스코트, 로고 등을 활용한 브랜드개발과 마케팅, 전문화되고 포멧화된 업체를 통한 (미국 마제스틱사 같은..) 머천다이징 사업 진행, 나아가 낙후된 지방 구장의 현대화와 구장의 장기임대로 구단이 야구단을 통해 수익사업과 모기업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넓혀준다면 우리 프로야구의 가치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리그와 구단의 가치를 높여 우수선수를 영입하거나 키울 수 있고 연고지역에 대한 투자를 자극해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야구팬을 경기장으로 오게 하는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습니다.
 
MLB는 이미 스포츠를 넘어 MLB뿐 아니라 그와 연계된 분야까지 큰 호황을 누리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투입되는 인력, 방송, 광고, 각종 판매 사업 등 엄청난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이고 MLB자체가 브랜드화되어 야구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LB 30개 구단가치의 총합 141억달러 = 우리돈으로 약 16조원 (우리나라 올해 예산이 약 250조원)



MLB모자와 의류는 이미 패션 아이템의 일부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우리 프로야구의 모자와 의류가 경기장 밖에서 어색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일 겁니다.

MLB 팀의 라이센스를 활용한 의류 용품 카탈로그



그나마 요즘들어 프로야구 관련 상품들이 평소에도 눈에 띄긴 하지만 아직 일상화되지 않은 매니아층만 사용하는 편이죠.

베이징 올림픽과 WBC처럼 내셔널리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세계규모의 대회 덕택에 야구팬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젊은 여성팬도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야구경기를 보고 경기장을 찾을때만 프로야구를 접하는게 아닌 좀더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구단 운영구조의 흑자전환과 산업화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야구선수권대회"라는 투박하고 아마추어대회 같은 명칭부터 현 시대에 맞는 세련되고 특색있는 리그명칭으로 바꾸는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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