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0.16 [2007 PO 2차전] 잘 치는 야구와 잘 뛰는 야구 6

오늘 두산과 한화의 PO 2차전은 두산이 9-5로 이기면서 시리즈 2연승으로 KS진출에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 되었더군요. 두 팀을 응원하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오늘은 한화가 이겨서 시리즈가 좀 더 긴장감있게 진행되길 바랬는데 끈기에 기동력까지 갖춘 두산이 여러모로 우세한 경기였습니다.

경기 중간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와 충돌할 뻔한 순간도 있었는데요. 이런 저런 상황을 다 떠나서 내가 오늘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하는 상대팀이었다면 잘 치고 잘 뛰는 두산선수들이 얼마나 얄미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야구가 100년 넘게 발전해오면서.. 야구스타일도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왔는데요. 작전을 줄이고 화력을 앞세운 빅볼과.. 섬세한 작전과 빠른 발을 앞세운 기동력으로 점수를 짜내는 일명 스몰볼이 대표적인 야구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대체로 잘 치는 야구는 빅볼의 큰 특징이고.. 잘 뛰는 야구는 스몰볼의 큰 특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도 어렸을 적 잠시나마 야구부에서 야구를 접했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사회인야구를 13년 정도 하다보니 이런 저런 상대팀과 선수.. 온갖 상황을 겪어보게 되더군요.

그 중에서도 빵빵 홈런을 쳐대며 화력을 앞세운 빅볼을 구사하는 팀이 있는가하면 잘 뛰고 발 빠른 스몰볼을 구사하는 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깨가 맛이 간 상태라 마운드에는 잘 오르지 않지만, 한 2년전까지만해도 주로 출전하던 수비위치가 투수였을만큼 공을 많이 던졌는데요..

잘 치는 팀을 상대할 때와.. 잘 뛰는 팀을 상대할 때.. 경기가 진행되면서 느끼는 경기 중 감정은 확연히 다르더군요.

잘 치는 팀을 만나 내 공이 쭉쭉 맞아 나갈 때는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던졌고 그 공을 상대방이 잘 쳐내니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그에 반에 어쩌다 출루시킨 주자가 엄청나게 발이 빨라서 신경쓰이게 한다거나.. 주루플레이에 능해서 1루타에도 2루, 3루까지 정신없이 뛰는 팀을 만나면 경기가 진행될수록 짜증이 쌓였던게 사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래도 잘 치는 팀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쏟아붓고도 상대팀 타자들 타력이 워낙 좋아서 쭉쭉 쳐낸거니 미련이나 짜증이 덜 나는데.. 루상에만 나가면 깐죽깐죽거리면서 신경쓰이게 하고 한 베이스를 더가기 위해 내야를 휘젖고 다니는 팀 선수들은 내가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투수가 아닌 타자로 타석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에 치기 힘든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만났을 때.. 삼진을 당하더라도 시원하게 헛스윙하고 들어올 때는 내 스스로에게도 승복하게 되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 공인데 아주 지저분한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를 만나서 어이없게 아웃 당했을 때는 내 스스로에게 짜증이 밀려오게 됩니다.

오늘 PO 2차전 중간에 양팀 선수들이 충돌 직전까지 갔던 상황도.. 그전에 원치 않았던 불씨를 양팀이 제공한 것도 있겠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뚝심의 두산이 빠른 발의 기동력 있는 야구까지 하다보니 한화선수들이나 코칭스텝으로서는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없는 짜증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올해 빠른 발과 현란한 주루플레이로 상대팀을 괴롭혔던 팀이 SK와 두산이 아니었나 싶네요. 두산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SK는 시즌 중에 상대팀과 충돌한 사건도 좀 많았었던걸 보면.. 스몰볼을 구사하는 팀과 빈볼의 상관관계를 따져보긴 힘들겠지만.. 아무튼 스몰볼을 구사하는 팀과 경기하는 상대팀 선수들의 심정은 대체적으로 비슷한가 봅니다^^ 
Posted by p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