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시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0.26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SK와 두산 17

오늘 KS 3차전은 위기에 몰린 SK가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거뒀더군요. 홈에서 2연패를 당한 상태에서의 원정경기라.. 오늘 경기마저 놓쳤다면 우승은 더욱 멀어질 뻔한 중요한 경기였지요. 두산으로써는 우승에 더욱 바짝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실책과 집중력 부족으로 자멸한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한국시리즈는 여러모로 블로거들에게 많은 떡밥을 던져주는 것 같네요. 덕아웃 몰카설치 논란부터 빈볼시비와 선수 퇴장까지 말입니다.

시리즈 전 미디어데이때부터 양팀 감독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더니.. 시리즈 시작되서는 거친 플레이와 빈볼로 인해 선수단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듯 합니다.

한국시리즈는 올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마지막 결승전인 동시에 2007년 프로야구를 정리하는 KBO 최고의 축제의 장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매경기 만원의 관중이 입장하고 모든 미디어들의 눈과 귀가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3차전까지 보여준 양팀 선수들의 모습은.. 축제를 축제로 즐기지 못하고 승부에만 집착한 나머지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많은 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은 개인적인 영광이자 동시에 1년간 흘린 피와 땀의 댓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다른경기보다 승부욕도 넘치고 열정도 남다를 겁니다. 하지만.. 동업자정신을 망각한채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페어플레이란 것이.. 반칙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게 아닌 것은 누구나 잘 알겁니다. 페어플레이하기 위에서는 겸손한 자세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야구에서는 불문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예를들어 많은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번트나 도루를 자제하는 것이나.. 과도한 세레머니.. 상대방을 약올리는 행위 등 오해살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죠.. 크게 이기고 있지만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는 배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기고 있는 팀에게는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여유이고.. 지고 있는 팀에게는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게하는 것이죠..

그동안 적지에서 2연승하던 두산은 SK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와 빈볼에도 승자의 여유를 보이며 한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 타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까지도 그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던게 사실입니다. 저도 믿기지 않는 두산의 끈끈한 응집력과 선수간 조화가 그 어느 팀보다도 대단하다 느꼈구요. 하지만 3차전에서 보여준 두산 선수들의 모습은 1,2차전에서 당했던 것을 그대로 되갚기라도 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SK 역시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경기라 더욱 전투적이였겠지만..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다소 격한 감정이 생기더라도.. 자신들의 1, 2차전 경기내용을 생각하며.. 이러면 곤란하다는 정도의 의사표현만 해도 됐을 것을 다소 과격한 반응을 보인게 아닌가 합니다.

기싸움은.. 우리팀의 정신력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승부에서는 지더라도 기세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정도로 표현될 때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물리적인 충돌까지 가는 것은 추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협구와 빈볼, 그리고 기싸움은 야구에 있어 필요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시적소에 현명하게 사용하면 약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SK가 자칫 벼랑끝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귀중한 1승을 거두었으니 시리즈는 그 어느때보다 박진감 넘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양팀 선수단과 코칭스탭은 한국시리즈가 2007년 우승자를 가리는 시합인 동시에 모든 프로야구팬들이 기다려온 축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가을의 전설이 가을의 추태가 되지 않도록.. 야구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남은 경기에서 마음껏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p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