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05 센테니얼은 왜 김시진감독을 포기했나? 4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야구단 감독으로 현 감독인 김시진감독을 탈락시키고 LG트윈스 감독을 역임한 이광환(60)감독으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급격한 변화속에서 선수단 전력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임 감독을 신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저 또한 1년 정도는 감독직을 맡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김시진감독은 김재박감독이 LG로 떠난 이후 감독을 맡은지 첫 해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대피닉스 시절부터 줄곧 현대유니콘스에 몸담아 있으면서 우수한 투수들을 길러낸 명조련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감독으로서의 성품도 뛰어나고 선수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여 2007년 모기업의 재정난이 극심했던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6위라는 성적을 올리며 리더쉽과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그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감독직 탈락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왜 센테니얼과 박노준단장은 김시진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센테니얼이 투자전문회사라는 점과 팀 운영이 기업스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향후 현대구단을 재매각할때 좀 더 많은 매각대금을 요구하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현재 현대유니콘스의 색깔을 깔끔하게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구단으로 탈바꿈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센테니얼이 현대를 인수해서 8개 구단 유지가 가능하게 된 것만도 다행스런 일이고 야구단 운영을 기업의 철학이나 신념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체로 보는 시각은 한국의 프로스포츠계에 던져진 일대 센세이션이며 우리 프로야구팀들이 필연적으로 변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꺼꾸로 생각해보면 야구단을 운영하며 이윤을 남기려는 의도가 강한 센테니얼측에게는 값싸게 운영한 뒤 많은 금액받고 되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저는 센테니얼이 10년, 20년 야구단을 맡아주리라는 기대는 안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긴 시간 운영하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2년이나 3년 후에라도 언제든 재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재매각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고를 버리고 떠돌던 구단, 돈이 없어 재정적으로 힘들었던 구단, 그로인해 대부분의 팬들이 떠나버린 구단이라는 "현대"이미지를 싸그리 떨쳐버려야 했을 겁니다.

농협, STX, KT로 이어지는 매각 실패과정에서 비친 현대유니콘스의 모습은 다소 부정적이었으며 측은하고 빈곤함까지 느껴졌던게 사실입니다. 그로인해 프로야구전체의 가치하락까지 이어졌구요.

하지만 김시진감독을 탈락시킨 센테니얼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단가치를 결정짓는 첫번째 요소는 구단의 흥행력인데 이는 팀의 성적과 직결되며 팀 성적의 주요 변수는 선수 개개인들의 능력만큼이나 선수와 선수사이, 그리고 선수와 코칭스텝사이의 인화력과 끈끈한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6년 현대피닉스 코치로 시작하여 1998년 현대유니콘스의 우승과 매년 상위권의 실력을 유지시켜줬던 막강 마운드 운영은 김시진 전감독의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입니다. 그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 또한 두터워서 매각 뒤 많은 모습이 변하게 될 상황에서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게 정신적 기둥이 되어주고 부실한 동계훈련으로 인한 전력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김시진 전감독이 최적입니다.

어제 오후 발표된 기사를 보니 이광환 감독외에 강병철, 이순철 등도 코칭스텝으로 내정되었다고 합니다. 구단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팀성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는데 과연 팬들도 원하고 선수들도 원하는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으로 팀의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원하는 팀과 선수.. 그리고 팬은 과거의 "추억"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고리는 대단히 견고하여 쉽게 끊어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형성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네이밍 스폰서 자체가 팀에 대한 애정과 신뢰 구축의 측면에서 기존의 방식보다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인 상황에서 팀의 상품성만 높인다고 팬이 모여들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야구팬 중에는 눈으로 보여지는 성적이 아닌 정서적인 가치와 추억때문에 오랫동안 팀을 바꾸지 않고 응원하는 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현재 남아 있는 현대팬 뿐만 아니라 현대를 떠난 팬까지 끌어모으지는 못할 망정 남아 있는 팬까지 떠나보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Posted by p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