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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1 미안하다 숭례문.. 1

국보 1로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파괴되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한결같이 서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숭례문이 말이다.

이제 몇년 후, 그 자리엔 외형만 똑같이 복원한 가짜 숭례문이 들어서겠지.. 그렇지만 그건 가짜이고 허상일뿐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 비해 웅장하지도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하진 않았지만 그속에 담긴 우리 선조의 얼과 혼, 그리고 거기서 느낀 후대들의 자긍심은 누가 뭐래도 세계 제일이었다. 복원된다 하더라도 화재로 사라져 버린 숭례문은 더이상 세상 어디에도 없다.

숭례문의 국보지정 과정과 일개 성으로 들어가는 문(門)에 불과하다는 의견은 잠깐 접어두고라도.. 국보 1호를.. 국가의 보물 1호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대접했나 돌이켜보자. 그까짓 거 홍보영상에나 등장시키고.. 관광책자에 실리게 하고.. 사진의 뒷배경으로 써먹기 위한 국보였나??

숭례문 뿐만이 아니다.. 이제 몇 남지 않은 무형문화재와 전통 의식과 우리 것들.. 선조들의 슬기와 얼이 담긴 전통 문화재들.. 외래어와 비속어로 파괴되어가는 세계적인 표음문자 한글과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숱한 지방문화재들.. 말로는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런 노력, 관심을 제대로 기울이긴 했는지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숱한 전쟁과 외세의 침략속에서.. 수십대의 소방차에서 뿜어져 나온 폭포수와 같은 물줄기 속에서.. 561년을 한결같이 굳건한게 버텨온 숭례문의 '완벽방수'가 오늘 이 순간만은 참으로 한탄스럽고 원망스럽다.

느즈막히 깨달은 후손들의 반성의 물길을 위해 조금이라도 틈새를 열어주었더라면..
그래서 살아남은 마지막 불씨까지 싸그리 제거할 수 있게 해줬더라면..
화재의 의미가 우리들에게 무언의 암시와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거기까지만 보여주려했다면.. 오늘의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한치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았던 곧은 위상과 자존심은 자신의 내부에서 타오르던 화마로부터의 구원의 손길마저 거부했다....... 왜 그랬을까? 참으로 침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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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숭례문..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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