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름돈'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0.27 내가 택시비 잔돈을 안받는 이유 2

간혹 약속시간이 촉박하거나 버스, 지하철 등으로 이동하기 번거로울 경우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3~4명의 일행이 가까운 거리를 기본 요금으로 간다면 버스비나 지하철비를 합친 것보다 싸기 때문에 택시를 타기도 하구요.

사야카님의 글을 보니.. 택시비에서 거스름돈 100원이 남은 것 때문에 겪은 일화가 소개되었는데요. 우리보다는 비교적 맺고 끝음이 분명하다고 생각되는 일본인의 시각에서는 당연히 100원이 남았든 10원이 남았든 거스름돈을 돌려 받는게 맞다고 생각될 겁니다.

하지만 '덤'과 '에누리'문화가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남은 거스름돈은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적이진 않을 겁니다.

저 역시 택시비 잔돈으로 100~200원을 받아야 할 경우 잘 받지 않는 편이긴 한데요. 제가 갑부라서 잔돈이 아쉽지 않기 때문도 아니고..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성격이어서도 아닙니다.

저는 택시에 얽힌 약간 특별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 이후에 500원이하의 잔돈은 받지 않는 편인데요. 택시비를 전부 내지 않고 택시를 탔던 경험때문입니다.

군생활 시절, 휴가 나와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때였는데요. 휴가 나온 군인이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친구들도 마찬가지였구요.

새벽 3시까지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서 술을 먹은 후..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는데.. 지갑과 주머니를 뒤져보니 딱 2,400원밖에 없더군요.

집까지 가려면 택시비가 7천원 이상 나오는 거리였는데 택시가 막 출발한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술도 먹었고 군인이었던 깡도 있어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기사님께 얘기해보자~는 심정으로.. 지금 가진 돈이 2,400원밖에 없으니.. 죄송하지만 2,400원어치만 가주시면 안되겠느냐고 여쭤 보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내려서 집까지 걸어갈 생각이었습니다. 어차피 군인 신분이어서 그 정도 거리는 행군하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랬더니 그 기사분이 의외의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냥 목적지까지 가자고 하시면서 미터기를 꺼버리시는 겁니다.

좀 당황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아니 그러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더니.. 좀전에 내리신 손님이 거스름돈 3천원을 안받으시고 그냥 내리셨다면서.. 저처럼 택시비가 모자란 손님도 있고.. 더 주시고 내린 손님도 있다고.. 그냥 목적지까지 가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 와서 2,400원을 드리니 정말 그것만 받으시고 휭~ 가시더군요. (2,400원 내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

그 일이 있은 후 몇년이 지나 사회 초년 시절에도 같은 경험을 한번 더 했습니다.

제가 정말 맘씨 좋은 택시기사님들만 만났던 것이었는지.. 그런 일들을 겪은 후로는.. 나에게 100~200원 남은 잔돈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그때 제 편의를 봐주신 택시기사님들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500원 이하의 잔돈은 돌려받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잔돈을 주시려 할 때, '잔돈은 괜찮습니다~'라고 한마디 하면 그 택시기사님도 기분이 좋아지시는 것 같구요. (가끔은 자연스레 당연하다는 표정의 택시기사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길을 잘 모른다고 돌아가거나 불친절한 택시기사들도 있겠지만.. 편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기사분을 만나면 한번쯤 100~200원 남은 거스름 돈을 흔쾌히 거절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베품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Posted by p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