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1승'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4.17 한화이글스 13연패를 끊어 낸 장면 3가지 4

한화이글스가 마침내 13연패의 기나긴 암흑을 벗어나 9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올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개막 18일째, 팀은 개막 이후 연패 최다 신기록인 13연패(종전 2003년 롯데 12연패)를 기록한 직후인 14번째 게임만이다.

 

한화가 오늘 1승을 기록하기까지 한화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류현진은 시즌 2승을 달성했다. 한화의 1승이 얼마나 멀고 험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초반 정현석의 아쉬운 실책과 이어진 이닝에서 NC의 연속안타가 터지면서 0-4로 뒤지며 오늘 역시 연패 숫자가 늘어나나 싶었다. 하지만 3회말 김태균의 2사 후 터진 적시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2-4로 간격을 좁히며 추격을 시작했다. 0-4로 점수가 벌어진 상황을 가장 빠르게 극복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9회초 2아웃에서 차화준을 삼진으로 잡으며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 구장을 찾은 많은 한화팬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선수들은 연패 탈출이 기쁘기도 했겠지만, 신생팀 NC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그런지 기쁨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13연패를 끊어내고 첫 승을 기록한 오늘 경기를 만든 장면 3가지를 떠올려 보았다.

 

 

 

 

#Scene 1 - 5회말 김태균의 역전 2점 홈런

 

팀의 4번 타자로서 연패 탈출을 이끈 김태균의 역전 2점 홈런

 

3-4로 NC의 턱밑까지 쫓아간 한화는 5회말 1사 후 김태균의 좌월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4월 5일 넥센전 이후 11일, 8경기 만에 처음으로 스코어에서 상대팀을 앞서나간 순간이다.

 

NC 선발 에릭의 예리한 커터가 약간 몸쪽 높게 들어왔으나 김태균의 손목 회전이 좋았다. 다른 선수 같으면 배트 안쪽에 맞으며 먹힌 타구가 나오거나 3루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파울타구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균은 팔꿈치가 상체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빠르게 손목을 회전시켜 배트 중심에 맞추는 기술적인 타격을 보여줬다. 팀의 4번 타자로서 연패하는 동안 누구보다 많은 맘고생을 했을텐데 이 한방으로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Scene 2 - 6회초 2아웃 2사 만루의 송창식과 김태완

 

바티스타의 뒤를 이어 승리를 지켜낸 송창식의 역투

 

역전에 성공한 한화는 이어지는 6회초 수비에서 조평호, 김태군의 연속 안타와 노진혁의 볼넷으로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11개의 삼진을 잡고 있는 선발 바티스타의 투구수는 이미 110개가 넘은 상태. 제구가 흔들리긴 했지만 한화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바티스타였기에 그냥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한화 덕아웃은 한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결정했다.

 

그리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송창식이 김종호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비교적 쉬운 타구였지만 긴장한 탓인지 김태완이 몸을 날리며 호수비를 선보였다.

 

위기를 벗어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한화선수들은 서로 화이팅을 외치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닝 종료 후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한화선수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올시즌 들어 오늘 6회말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Scene 3 - 덧아웃에서 박수치는 통산 최다승의 김응용감독

 

이종범의 끝내기 만루홈런에도 박수치치 않던 김응용감독이 의자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통산 최다승을 기록한 노장 감독에게도 1승은 늘 어렵고 힘들다.

 

통산 최다승인 1476승,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기록한 김응용감독은 무뚝뚝하기로 유명하다. 나 역시 25년 넘게 타이거즈의 경기를 봐왔지만 덕아웃에 앉아 있는 김응용감독이 경기 중에 선수나 코치들과 먼저 말을 건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끝내기 홈런을 쳐서 이겨도 하이파이브는 고사하고 늘 무표정한 모습을 보이며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대어 앉아 있던 모습만 떠오른다.

 

그랬던 김응용감독이 오늘은 경기를 초초하게 지켜보며 김성한 수석코치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국내 감독 중 가장 많은 1476번이나 승리했지만 1477번째 승리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김응용감독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6회말 2아웃 만루 위기에서 외야로 날아간 타구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웃이 되는 순간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최다승 기록을 가진 명장에게도 1승은 어렵고 힘든 것임이 느껴졌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지난 4경기에서 24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연패 탈출에 안간 힘을 썼던 한화는 오늘 바티스타와 송창식 단 2명을 투입하고 경기에 승리했다. 연패를 끊고 1승을 올렸지만 내일 또다시 새로운 경기를 기다린다. 그동안 연패를 끊기 위해 변칙적으로 운영했던 마운드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며 장기레이스를 준비해야 한다.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과 상하위 타선의 짜임새 역시 챙겨야 할 부분이다.

 

전체 경기의 10% 정도를 소화한 시점에 신고한 1승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1승을 기다린 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ps) 한화이글스의 홍창화 응원단장도 오늘은 웃으며 잠들었을 것 같다.

 

Posted by p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