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사안에 대해 글을 두개나 쓰기는 처음입니다. 윤길현선수의 빈볼사건이 벌어진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많은 야구팬들과 언론사이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화두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이 터지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행되는 추이가 보통.. 처음에는 '그놈이 죽일놈이다'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몰아가는 것 아니냐, 마녀사냥이다' 라는 의견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윤길현 빈볼사건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너무 과하다, 마녀사냥이다'라는 의견도 눈에 띕니다.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프로의 세계에서 나이와 선후배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신분'이 인격적 모독과 도덕적 불손함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으며.. 윤길현선수에 대한 거센 비난을 '마녀사냥'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많은 야구팬들의 여론을 대중심리에 휩쓸린 눈 먼 목소리로 폄하하는 것 밖에 안됩니다.

프로는 실력이 우선이며, 나이나 선후배,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빈볼은 스포츠맨쉽에 어긋날 수 있는 상황을 자체적으로 정화시켜주는 야구만의 큰 특징이며.. 빈볼이 나오는 상황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프로로서의 모습을 보일 때 얘기지 그 후의 덤벼보란식의 행동이나 육두문자가 분명한 입모양마저 프로로서의 자세와 실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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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선배에게 무례한 짓을 했으니 사과해야한다는 식의 유교적 관점의 접근도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윤길현선수가 사과하고 뉘우쳐야 하는 것은 빈볼을 던지고 욕을 한 상대가 선배이기 때문이 아니라.. 동업자로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모독과 도덕적인 불손함을 보인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사죄해야 하는 겁니다.
 
(더불어 많은 야구팬들에게 불쾌함을 준 것 까지..)

윤길현선수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선후배와 나이를 떠나서 도덕적, 인격적인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며, 윤길현선수 역시 사죄의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선후배와 나이를 떠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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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서 특이한 룰이나 특징이 많은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감독이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착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야구 규칙에는 없지만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불문율이라는 것이 있는 것도 다른 스포츠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죠.

그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매너없는 상대편 선수를 향해 던지는 빈볼입니다.

빈볼의 목적은 상대방의 비신사적인 행위나 스포츠맨쉽에 어긋한 행동에 대해 경고를 주고 소속 팀의 정신적인 무장을 독려하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데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예전 글에서도 썼듯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빈볼을 팬서비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빈볼이 나오는 상황은 매우 다양합니다. 흔히 말하는 경기 도중 상대방이 불문율을 어겼다고 판단 될 경우가 가장 쉽게 빈볼이 나오는 상황인데.. 선수 개인의 판단으로 빈볼을 던질 수도 있고, 팀의 선배나 코칭스텝의 지시에 의해 빈볼을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은 선수 개인의 행동보다는 팀의 지시에 의해 빈볼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보 볼 수 있는데.. 작년에 한화 안영명이 현대 김동수를 향해 빈볼을 던진 후 달려드는 김동수를 보면서도 올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으로 멍하니 바라만 보기만 했던 경우가 그런 경우에 해당되겠지요.

앞서 말했듯이 빈볼이 빈볼로 끝날 수 있는 데에는 납득할만한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합니다. 보편적인 사고로 판단했을 때 빈볼을 던진 쪽과 받은 쪽의 사정이 이해되는 경우라면 빈볼의 효과 역시 극대화됩니다.

최근들어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상대방의 비매너에 대한 응징보다는 기싸움에서 지지않겠다는 의미에서의 빈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氣)싸움'이란 지지않으려는 기운 또는 의지의 표출을 말합니다.

빈볼을 던져 기싸움에서 지지않으려는 의지는 좋습니다만.. 어제 KIA와 SK의 경기에서 나온 윤길현의 빈볼과 그 후의 행동은.. 전후 상황을 떠나 당사자의 인간성을 의심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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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 윤길현


빈볼을 던진 후 상대방을 향해 당연하다는듯이 "왜? 뭘 째려봐?"라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는 것조차 기싸움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또한 이런 식의 행동은 빈볼의 목적인 상대방에 대한 경고와 소속팀의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것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으며 본인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매우 추하고 더러우며.. 격려와 응원보다는 비난과 경멸만이 뒤따릅니다. (그쪽 팬들은 매우 칭찬하고 있더군요)

"프로선수"라는 신분이 유교사상의 도덕적 굴레에 대해 매우 방어적인 신분이긴 하지만.. 당장 바로 옆 동료의 선후배 사이로 엮여 있는 마당에.. 대놓고 덤벼보란 식의 공격적인 행동과 육두문자가 분명한 입모양은 야구실력과 별개로 그 선수의 인격과 인간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얼마전 SK와이번스의 김성근감독은 아마추어리즘이 없어진 중고교 야구선수들의 헤이해진 정신상태와 프로흉내를 질타했습니만.. 아마선수들을 지적하기 전에 소속팀 선수들의 인성교육과 인간성 먼저 챙기는 것이 더 급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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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광주 LG:KIA 경기에서 벌어진 이대형과 임준혁선수의 몸싸움을 가지고 말이 많습니다.

경기는 11-2로 KIA가 크게 뒤지고 있고..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하여 강우 콜드게임 선언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나온.. KIA 투수 박정태의 빈볼성 사구.. 더욱 논란이 됐던건 빈볼을 던진 박정태가 아닌 불펜의 임준혁이 이대형을 밀쳐 넘어트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대형이 포수싸인을 훔쳤다"라는 기사가 나면서 이대형의 싸인 훔치기에 대한 보복성 빈볼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빈볼과 아무 관련없는 임준혁이 왜 이대형을 밀쳤는지도 의문이 풀리는가 싶었죠. 그런데 이와 관련된 두 기사는 올라온지 몇분 지나지 않아 삭제되어.. 사건의 진위가 오리무중이 된 상태입니다.

이대형은 정말로 포수의 싸인을 훔쳤을까요? 그리고 포수의 싸인은 어떻게 훔치는 것이며.. 주자는 왜 포수의 싸인의 훔쳤다고 오해를 받는 것일까요??




포수의 싸인은 어떻게 훔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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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다른 스포츠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수신호가 있습니다. 코칭스텝과 선수, 선수와 선수간에 주고받는 싸인인데요. 공격 방법을 지시하기 위해 주루코치가 보내는 싸인과.. 투수와 포수가 구종과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 주고 받는 싸인이 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루 주자로 나간 이대형이 포수의 싸인을 훔쳐.. 타자에게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루상의 주자는 포수의 싸인을 어떻게 훔칠까요?

포수의 싸인을 훔친다는 얘기는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움직임을 판독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포수가 내는 싸인이나 주루코치가 내는 싸인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현란한 동작이 많지만 대부분 아무 의미없는 동작이 많습니다. 어느 부위를 터치 후 다음 나온 싸인이 진짜다 라는 약속과.. 몇 번째 내는 싸인이 진짜다 라는 약속 이런것만 맞추고 싸인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벨트를 만진 다음 싸인이 진짜다라고 사전에 약속되어 있다면.. 앞에서 현란하게 하는 동작은 모두 가짜이고 벨트 만진 후 내는 싸인이 진짜라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포수가 내는 싸인 역시.. 싸인 내는 순서로 진짜 가짜를 구분하거나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이런 약속은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바뀝니다.

그러므로 2루 주자가 포수의 손가락 싸인을 판독하여 구종과 방향을 알아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대신에 루상의 주자는 포수의 위치와 앉는 자세를 보고 구종과 방향을 예상하여 타자에 알려주는 형태로 싸인을 훔치는 것입니다.

포수들은 싸인을 낸 다음 타자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옮겨 앉기 마련인데.. 이것을 보고 몸쪽 공인지.. 바깥쪽 공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수가 바운드 블록킹을 준비하는지 아닌지를 보고..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구요. 직구 싸인을 냈다면 발바닥을 고정시켜 앉을 것이고.. 변화구 싸인을 냈다면 바로 블로킹 자세가 될 수 있도록 살짝 뒷꿈치를 들어 앉는다던가 이런 식이죠.

타자는 몸쪽 공인지 바깥쪽 공인지만 알아도.. 땡겨칠지 밀어칠지를 결정할 수 있고..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만 알아도 타격 타이밍을 잡는데 매우 유리합니다.

사회인야구에서도 비선수출신 팀이 많은 팀과의 경기에서는 종종 2루 주자가 이런 식으로 싸인을 훔쳐서 경기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선수출신이 많은 팀은 이런 식의 싸인 간파를 항의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 루상의 주자는 모든 행동을 의심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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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상의 주자가 싸인을 훔쳤다면 타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소리를 질러서 할 수는 없으니.. 몸동작으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루상의 주자는 모든 행동을 의심 받아야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루상의 주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1) 타자가 주루코치의 싸인을 본다.

(2) 타석에서 타격자세를 취한다.

(3) 포수가 투수에게 싸인을 낸다.

(4) 포수가 자리를 잡고 포수 미트를 내민다.

(5) 투수가 주자를 쳐다보며 그립을 잡는다.

(6) 공을 던진다.

이런 과정 중 (3)~(6)번 사이에 루상의 주자가 반복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포수가 투수에게 싸인을 낸 후.. 몸쪽, 바깥쪽에 따라 자리를 살짝 이동해서 앉게되죠. 이 순간 루상의 주자는 타자에게 몸쪽이다 바깥쪽이다라는 것을 사전에 약속된 신호로 보내는 것입니다.

투포수가 싸인을 주고 받기전에 무슨 행동을 하든 그건 싸인이 나기전이니 오해받을 소지도 없습니다.

하지만 투포수 싸인 교환이 끝나고.. 포수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루상의 주자가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건 습관이나 무의식중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싸인 교환이 끝나고 공 던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주자는 리드폭을 잡고 자세를 충분히 낮춘 후 타격에 따라 뛸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 보통은 양발을 넓게 벌리고 팔은 늘어트린 자세가 나오는게 일반적인데.. 스킵하는 동작에서 손으로 가슴을 툭 친다거나.. 헬멧을 만지는 동작은 당연히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주자가 싸인을 훔쳤다고 의심을 받는 것은.. 무슨 동작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싸인 훔치고 빈볼을 던지는 건 정당한가?

싸인을 훔쳐 득점에 성공했건 못했건.. 또는 팀이 승리했건 못했건간에 싸인을 훔쳐보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이고 비신사적인 행위로 간주됩니다.

몇 년 전(2003년? 이었던가..)에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투포수간 싸인이 길어져서 전체적으로 경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싸인을 간소화하는 대신 루상의 주자가 싸인을 훔쳐보는 것을 하지말자는 약속을 8개구단이 모두 모여 합의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약속이 없었더라도.. 싸인을 훔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야구에서 통용되는 몇가지 불문율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불문율을 어겼을시 빈볼 등으로 응수하는 것은 불문율에 대한 동의만큼이나 야구선수나 감독들간에는 암묵적으로 동의된 룰입니다. 다만 상대가 납득할만한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어야겠지요.




정말 이대형은 포수 싸인을 훔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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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빈볼과 관련해 3개 정도의 기사가 올라온 것 같은데.. 모두 '~했다더라'식의 근거가 부족한 기사뿐입니다.

야구팬들 역시 응원하는 팀 위주로 해석하여 근거와 논리가 부족한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대형이 정말로 싸인을 훔쳤는지 안훔쳤는지는.. 그리고 그로 인해 빈볼시비가 불거졌다면.. 영상으로 저장된 그동안의 경기내용을 판독해보면 될 것입니다.

이대형이 2루주자로 있을때의 타자 타율과.. 특정시점에서 이대형이 반복적으로 비슷한 몸동작을 하는지.. 이대형 몸짓과 볼의 방향, 타격결과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를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이슈를 만들기 위해 뜬구름 잡는 기사를 쓰는 것보다 좀더 확실한 정황을 파헤칠 수 있는 기사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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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KS 3차전은 위기에 몰린 SK가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거뒀더군요. 홈에서 2연패를 당한 상태에서의 원정경기라.. 오늘 경기마저 놓쳤다면 우승은 더욱 멀어질 뻔한 중요한 경기였지요. 두산으로써는 우승에 더욱 바짝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실책과 집중력 부족으로 자멸한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한국시리즈는 여러모로 블로거들에게 많은 떡밥을 던져주는 것 같네요. 덕아웃 몰카설치 논란부터 빈볼시비와 선수 퇴장까지 말입니다.

시리즈 전 미디어데이때부터 양팀 감독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더니.. 시리즈 시작되서는 거친 플레이와 빈볼로 인해 선수단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듯 합니다.

한국시리즈는 올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마지막 결승전인 동시에 2007년 프로야구를 정리하는 KBO 최고의 축제의 장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매경기 만원의 관중이 입장하고 모든 미디어들의 눈과 귀가 집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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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차전까지 보여준 양팀 선수들의 모습은.. 축제를 축제로 즐기지 못하고 승부에만 집착한 나머지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많은 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은 개인적인 영광이자 동시에 1년간 흘린 피와 땀의 댓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다른경기보다 승부욕도 넘치고 열정도 남다를 겁니다. 하지만.. 동업자정신을 망각한채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페어플레이란 것이.. 반칙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게 아닌 것은 누구나 잘 알겁니다. 페어플레이하기 위에서는 겸손한 자세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야구에서는 불문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예를들어 많은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번트나 도루를 자제하는 것이나.. 과도한 세레머니.. 상대방을 약올리는 행위 등 오해살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죠.. 크게 이기고 있지만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는 배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기고 있는 팀에게는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여유이고.. 지고 있는 팀에게는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게하는 것이죠..

그동안 적지에서 2연승하던 두산은 SK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와 빈볼에도 승자의 여유를 보이며 한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 타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까지도 그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던게 사실입니다. 저도 믿기지 않는 두산의 끈끈한 응집력과 선수간 조화가 그 어느 팀보다도 대단하다 느꼈구요. 하지만 3차전에서 보여준 두산 선수들의 모습은 1,2차전에서 당했던 것을 그대로 되갚기라도 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SK 역시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경기라 더욱 전투적이였겠지만..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다소 격한 감정이 생기더라도.. 자신들의 1, 2차전 경기내용을 생각하며.. 이러면 곤란하다는 정도의 의사표현만 해도 됐을 것을 다소 과격한 반응을 보인게 아닌가 합니다.

기싸움은.. 우리팀의 정신력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승부에서는 지더라도 기세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정도로 표현될 때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물리적인 충돌까지 가는 것은 추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위협구와 빈볼, 그리고 기싸움은 야구에 있어 필요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시적소에 현명하게 사용하면 약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SK가 자칫 벼랑끝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귀중한 1승을 거두었으니 시리즈는 그 어느때보다 박진감 넘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양팀 선수단과 코칭스탭은 한국시리즈가 2007년 우승자를 가리는 시합인 동시에 모든 프로야구팬들이 기다려온 축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가을의 전설이 가을의 추태가 되지 않도록.. 야구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남은 경기에서 마음껏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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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위험(?)할 수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 15일, 한화와 두산의 PO 2차전에서 경기 내용이 고조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데드볼 등으로 인해 양팀 선수단의 몸싸움으로 이어질뻔한 상황이 발생하였는데요. 저는 야구 경기도중 발생하는 빈볼과 선수단 충돌에 대해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기 보다는 그것 역시 경기 내용 중 일부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팬서비스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입니다.

야구는 다른 구기스포츠나 단체스포츠와 비교해 선수간 접촉이 많지 않은 스포츠 중 하나 입니다. 탁구나 테니스, 배구 같은 턴방식의 스포츠와 사격, 양궁같은 개인능력 중심의 스포츠와 비교하기에는 무리이나 농구, 축구같은 단체 구기스포츠와 비교하면 확실히 선수간 접촉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선수간 접촉이 많은 편인 축구에서도.. 요즘은 판정이 많이 엄격해 지긴 했지만.. 간간히 볼 수 있는 반칙성 태클과 거친 플레이, 심판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선수간 몸싸움 등이 일정 부분 경기내적인 요소로 인식되어 있지요. 하지만, 선수간에 거의 접촉이 거의 없는 야구는 신사 스포츠, 멘탈 스포츠라고 인식되어 있어서 거친 장면이 때때로는 심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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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에서의 선수간 충돌은 그야말로 행패 또는 상해위협으로 간주되어 경찰이 투입된다거나.. 관중석이 술렁이지만.. MLB나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선수간 그라운드 대치상황때문에 경찰이 투입된 경우는 아마 한번도 없을 겁니다.
 
(호세 방망이 사건 등은 제외... 그렇지만 과거 기록을 찾아보지 않고 한 말이라 자신은 없습니다^^)

요즘 국내 프로축구에서 선수와 선수, 선수와 심판간 충돌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고, 우려섞인 시각들이 많은 것 만 봐도.. 야구에서의 몸싸움, 감정싸움은 어느정도까지는 인정할 수 있는 특수한 경우라는 인식이 무의식중에 들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야구에서의 빈볼을 일반적인 상황의 보복이나 복수 또는 악감정, 감정적 대응 쯤으로 생각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되구요. 야구는 선수들의 물리적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정신적인 무장, 팀의 단합력과 조직력이 그 어느 스포츠보다 중요한 요소이기때문에.. 빈볼을 단순 보복차원으로 생각할께 아니라 일종의 기싸움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건 비단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한 기싸움이 아닌 7~8개월에 걸쳐 100게임 이상을 치르는 대장정을 치르는 동안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로서의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팀 사기를 끌어올려 다음 경기에 임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빈볼이 이런 의도로만 던져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인 악감정으로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고통과 상해를 입히기 위한 빈볼은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빈볼이 최선의 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뻔한 상황에서 대놓고 빈볼을 던지는 것은 내부결속력을 다지고 상대방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를 퇴색시킵니다. 오히려 상대팀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반발심만 유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내고 순간적으로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여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람 마음이.. 두 팀다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면 전력이 열세인 팀으로 조금 더 마음이 기우는게 인지상정인데.. 싸우자는 식의 수준 낮은 빈볼은 실력도 없으면서 비열하기까지 하다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겠죠..

지고 있는 팀과 그 팀을 응원하는 팬에게는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니 정신차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각성의 의미로... 이기고 있는 팀과 그 팀을 응원하는 팬에게는 이기고 있는 자로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적당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만이.. 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이벤트적인 성격과 팬서비스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제목과 내용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실 분도 계시겠지만.. 빈볼은 당연하고 인정하자라는 의미보다는.. 야구에서 빈볼과.. 그로 인한 선수간 충돌은 타스포츠의 충돌과는 다른 성격도 있기 때문에 팬서비스라는 측면도 있다라는 의미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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