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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7 대표적인 무능력 행정 - 자동차 신형 번호판 3

건설교통부가 신형 번호판을 지난 해 11월부터 새롭게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가로형 자동차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요즘 부쩍 많이 늘어났는데요.
 
기존의 차번호판이.. 점점 세련되어가고 날렵해지는 자동차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 가로로 길게 늘린 유렵형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 시도는 참 칭찬할만하나.. 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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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뀐 가로형 번호판(좌)과 구형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 비교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가로가 긴 신형 번호판은 자동차의 날렵한 이미지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차의 디자인과  통일성을 유지하여 이질감은 느낄 수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새로나온 가로형 번호판에도 만족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일명 "번호판 튜닝"이라는 것을 하고 다닌다고 하여.. 경찰이 단속을 하네 마네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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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카페나 동호회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유럽형 번호판 스티커. 보시는 바와 같이 우측의 국가별 스티커를구입하여 신형 번호판에 붙인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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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번호판에 스티커를 부착한 모습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번호판에 무언가를 부착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관리법 10조 5항에 보면 ‘누구든지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위반할 경우 100만원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게 되는데.. 가림의 정도에 따라 벌금의 액수는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불법이라는 얘기죠.

하지만, 요즘같은 개성시대에 작은 스티커 하나까지 단속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자동차 번호판은 차량의 확인을 위해 변형을 하거나 번호를 헤깔리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 맞습니다만.. 제가 하고싶은 말은.. 애초에 자동차 번호판 제작시 위와 같은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리원칙만 내세우는 답답한 결정을 했나 이겁니다.

인터넷 서비스를 예로 들자면.. 예전에 VT모드로 사용하던 PC통신 시절에는 사용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8자리 ID였으며.. 그마저도 대소문자를 구분하지 못한다던가 영문과 숫자만 된다던가하는 제한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때 ID의 개념은 개개인을 식별하는데 필요한 문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어떻게 변했나요. 메신저 대화명, 넥네임, 아바타 등등.. 남과 다른 개성을 살려주기 위한 여러 개념들이 생겨났고.. 소비자는 거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단순히 기계적인 식별을 위해 ID를 만드는게 아니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죠. 요즘처럼 독특함을 쫓는 시대에.. 채팅서비스를 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닉네임도 없고 대화명도 없고.. 오로지 가입할때 만든 영문 8자리 ID로만 사용해야 한다면.. 누가 그 서비스를 좋아라고 사용할까요?

건교부가 바꾼 신형 번호판이 딱 그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고 복잡해진 소비자의 기호와 욕구에 맞춘 행정이 아닌..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을 한 것이죠. 거기에 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습니까.. 많은 여론을 귀담아 듣고.. 다양한 디자인을 제시하여 선택의 기회를 넓혀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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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 하나가 차의 전체적인 인상을 바꾼다.



경찰입장에서 단속은 해야하겠지요. 그런데 무조건 안된다고 단속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세상이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맞춰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여 원리원칙은 지키되 소비자들의 개성도 함께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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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중인 우리의 신형 번호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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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개성있는 번호판들

Posted by p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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